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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an 29. 2024

책장을 3개에서 1개로 줄일 때의 기분이란!

소유물에 붙은 마음의 짐

Unsplash+ In collaboration with Kateryna Hliznitsova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책을 사는데 금전적인 부담이 있을 경우 우선 중고서점에서라도 책을 검색해 봅니다. 그리고 운 좋게 원하는 책의 중고품을 보유한 서점을 북코아에서 발견하면, 어차피 같은 배송비니까 몇 권을 더 고릅니다. 그래서 항상 네다섯 권이 한꺼번에 배송되지요.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전집 류의 책들도 많이 샀습니다. 새로 구입하면 몇십만 원이지만, 중고서점에서 구입하면 권당 1천 원 꼴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마구마구 쓸어 담게 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이들 책만 몇백 권이 넘어갔지요.


다행히도 40평 집에서는 책장 3개를 가득 채우고 붙박이 책장에도 올리면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6평 집으로 이사를 갈 일이 생겼을 때 이 책들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생겼죠. 


아이들은 이제 이런 책 더 이상 읽지 않거나 다 읽었다고 말했고, 이걸 누군가에게 팔기엔 너무 시간이 걸리니 이웃에게 주자고 했지만, 맞벌이로 바쁜 우리는 옆집에 물어보는 수고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고아원에 기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우리가 들고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몇 백 권을 어느 세월에 포장해서 들고 가나… 


결국 반드시 챙겨야 할 책을 제외하면 모두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버릴 책을 골라내는 것도 힘들었어요. 5박스만큼만 챙기라고 아내는 신신당부했지만 슬그머니 한 박스를 더 채우는 걸 들키기도 했고, 갑자기 마주한 청춘 시절의 책 데미안을 다시 읽다가 시간이 훅 가버리기도 했습니다. 


대학 시절의 학교 교재와 당시 구매한 책들이 끼어 있기도 했고, 아이들의 수학, 영어 교재들이 쌓여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잡다한 서류가 들어있는 파일철들은 모두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시간이 더 걸렸지요. 저의 유치원 시절 그린 그림이나 글이 발견되는 파일철도 있었습니다. 45년 전 1980년의 종이들!


솔직히 아직 못 읽은 책들도 많았습니다. 언젠가 읽겠지 쌓아두기만 했던 녀석들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모두 종이류 재활용 상자에 들어갔습니다. 


미안해~ 집이 작은 게 죄다~ 


그런데 가뿐한 느낌도 드는데 이건 뭐지?


Kevin Rose(미국 사업가)의 방송을 보면, 모든 물건에는 그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마음 비용도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소유한 모든 것에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무게가 붙어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책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걸 읽어야 해!라는 마음의 부담이 있고, 가구를 10개 가지고 있다면 어느 가구의 어디가 고장 났는데 그걸 언젠가 고쳐야지.. 싶은 마음의 짐이 남아있는 거죠.


소유한 것이 많을수록 그걸 관리하고 쓸모 있게 유지시키려는 마음의 짐이 커지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 마음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훨씬 가뿐하고 어깨가 들썩이는 신나는 삶이 펼쳐진다는 말이죠. 그래서 미니멀리스트가 그렇게나 유행인가 봅니다. 


10년 된 아반떼를 아내의 운전 연습차로 놔두고 새 차를 구매했을 때, 결국 아내는 2년이나 그 차를 주차장에 고이 모셔 두기만 했습니다.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모릅니다. 정기적으로 먼지만 쌓인 차를 세차해야 하고, 배터리 나가지 않도록 운전해줘야 하고, 결국 방전되었을 때 보험사 불러서 부팅시켜야 했지요. 


내가 가진 것들을 바라보며 정말 이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다시 물어보시면 이걸 보관할지 버릴지, 그리고 비슷한 구매를 앞으로 할지 안 할지 결론이 나오는 거 같습니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고 싶으시면 한번 집안을 지금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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