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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Feb 03. 2024

교복을 처음 입어본 아들이 하는 말

드디어 중학생!

Photo by Assad Tanoli on Unsplash


이번 주에 둘째 녀석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배정이 있었습니다. 배정을 받자마자 배치된 중학교로 아이들이 우르르 이동해서 교복 사이즈부터 맞췄다고 하네요. 첫째 때도 이랬나? 그때는 교복 점에 가서 샀던 거 같은데, 교복 브랜드를 바꾸면서 학생이 더 편리하게 되었습니다. 


교복을 고르면서 가족 단톡방에 계속 질문이 올라옵니다. 


“지금 왔어”


“교복 치수 재는 줄 기다리는 중”


(엄마) 아빠랑 통화해


“나 이러다 영어 학원 늦을 거 같은데”


“어떡해. 지금 가도 좀 늦어. 그냥 갈까?”


(아빠) 지금 중학교에서 교복 고르는 거야?


“아님 좀 늦어도 나중에 갈까?”


“아직 교복 줄 엄청 길어”


“나 교복 치수 얼마야?”


(형) 100이나 105 사서 입어


(형) 95는 나중에 작고 110은 너한테 클 듯


“ㅇㅇ”


(아빠) 나중에 105 추가 구매하면 되니까, 지금은 100 골라


“ㅇㅇ”


“105로 한대. 지금 입어보긴 했어”


(아빠) 입을만한 사이즈야? 너무 헐렁해도 안 좋은데


“입을만해”


(아빠) 그럼 105 해


“손이 반정도 나와”


“추가 교복 구매해?”


“셔츠랑 바지 하나 더 할까?”


“내가 보내라고 하면 계좌로 돈 보내면 된대”


“체육복도 있어”


쭉 읽어보니 어떤 느낌인가요? 저는 아~ 내가 너무 아이를 감싸고 키웠나였습니다. 자기가 옷을 골라서 사본적이 없으니 자기 사이즈를 모르고, 학원을 가야 할지 교복을 사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100으로 고르려다가 판매원이 105 하라니까 바로 맘을 바꾸는. 뭔가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 아빠가 구원 투수로 등판하다 보니 생긴 일이겠죠.


자기 자신이 조금 더 결정권을 가지고 행동하지 못하게 키운 거 같아서 마음이 아립니다. 오늘부터는 무엇을 하든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네 생각은 무엇이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꼭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래야 스스로 생각하는 역량이 성장할 거 같아요.


아들이 집에 왔습니다. 자랑스럽게 교복을 입고 어때? 하며 물어봅니다. 크네요. 손이 반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계속 입고 있겠다는 걸 간신히 말립니다. 


“왠지 멋진 거 같아!”


(형) 그런 느낌 한 달도 안 간다. 재킷은 불편해서 금방 벗을걸?


막내딸이 태어나기 전 6년간이나 집안의 막내였던 녀석이라 항상 귀엽게, 어리게만 봤는데 벌써 중학생이 된다니 신기하네요.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의젓해 보입니다. 아니. 그렇게 보이려는 표정인가? 뭔가 그새 조금 더 성장한 거 같은 모습.


아들아, 이제 사춘기 반항은 그만하고 사이좋게 지내자꾸나. 이제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올라갔으니 자기주도 학습, 알지? 첫째를 생각해 보면 중2는 되어서야 자기가 알아서 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우리 둘째는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아빠에게 숙제가 내려집니다.

“내일 꼭 바지 단 줄여야 해! 나 학교 간 사이에 꼭 세탁소에 들려!”


아니, 3월에 입는 교복을 왜 내일까지 줄여야 하는 건데?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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