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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05. 2022

파이어족이세요?

은퇴가 목표가 되어선

Photo by Gaddafi Rusli on Unsplash

지난주에 모임이 있었는데 평일에 학생들을 인솔해서 움직일 수 있는 주일 교사가 필요한 일이 생겼습니다. 대부분 직장인이라 난색을 표하기에, 저는 은퇴했으니 가능은 합니다,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바로 돌아오는 질문이 바로 파이어족 이냐고 물어보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파이어족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빨리 돈을 모아 이른 은퇴를 하고 편안하게 사는 삶이 부러웠죠.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날수록 은퇴 자체가 목표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더 찾게 되었습니다. 


게으름을 부리면서 뒹굴거리며 사는 것이 열심히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건 아시나요? 몸은 좀 더 편할지 모르겠지만 심리적인 만족도는 절대로 게으른 사람이 더 높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의 자동 사냥 모드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일어나고, 출근 준비하고, 회사 업무 하고, 또는 학교 공부하고, 퇴근하고, 집에서 맥주 한잔에 TV/유튜브 시청. 그리고 잠들곤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 따로 공부를 하지도 않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을 습관적으로 만나고, 남는 시간을 그냥 소비해버리곤 하죠. 사실 그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든 상관없이 말이죠. 변화는 어렵고, 그냥 하던 대로 사는 삶은 짜증으로 차 있더라도 더 편하거든요.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이 있죠. 느긋하게 별장이나 해변에 기대어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진짜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원한다면 게으르게 뒹굴거리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안 됩니다.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절대 그런 상태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상황에서 직접적인 의지를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쓸 때 한 자 한 자 키보드를 확인하면서 쳐야 한다면 도대체 언제 글을 끝낼 수 있을까요? 양치를 할 때 이빨 한 개 한 개의 각 면을 하나씩 신경 쓰면서 양치질을 하면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소소한 것들은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이 좋겠지요.


진짜 인생은 은퇴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인생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10년을 투자했을 때 과연 상위 5%에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나에게 무엇일지.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것에 투자하는 삶이 더 흥미진진하고 풍족한 인생을 만들어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엔 대단한 목표를 세울 것도 없습니다. 지금의 삶에서 조금 더 의지를 일으키고, 조금 더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쉬운 길만 찾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조금 더 쉬고, 조금 더 일을 안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더해야 내 인생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를 고민하면 파이어족의 은퇴보다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게 될 줄 믿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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