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한 병
3월 말에서부터 한 달 정도 심리적으로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다 털어버리긴 했는데,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이었죠. 그것이 그렇게 사람을 힘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5월이 시작되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39도까지 금방 올라갔습니다. 오한이 생기면서 춥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살인가? 아니 설마, 코로나에 또 걸렸나? 이거 애들한테 옮기면 안 되는데… 갖은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잔뇨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변을 마치고 나서도 아직 소변이 남아있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 거기에 소변을 보면 온몸이 찌르륵 감전된 거 같은 통증. 아니 코로나 걸리면 이런 증상도 있나? 하루 참아 봤습니다.
밤에 잘 때 15분마다 나오지 않는 소변을 누기 위해 일어나야 했습니다. 30분 잤다 일어나고, 1시간 잤다 일어나고, 15분 잤다 일어나고. 이렇게 첫날밤을 보내니 도저히 이틀째에는 견디지 못하겠더군요. 게다가 열이 나는 것도 이상한 게 39도까지 오르던 열이 한순간에 또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오르기도 하고.
결국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연휴라서 열린 병원이 별로 없어서 우리 동네에서 영업시간이 가장 긴, 그래서 감사하게도 휴일에도 매일 운영하는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연세이문소아청소년과 병원이라고 우리 애들 아기 시절에는 완전 단골이었던 병원이 있습니다. 원장님은 바뀌셨지만 운영 방침은 그대로여서 감사합니다.
하여튼, 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마지막에 잔뇨에 대해 설명하니 의사 선생님이 소변검사를 해보자고 하십니다. 그래서 검사를 했더니 방광염이라고 하시더군요. 이건 뭐지? 처음 듣는 병인데? 알고 보니 여성이 주로 걸리고 남성은 그보다 드물게 걸린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성으로 걸릴 수도 있다고 하네요. 최근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니 감염성은 아닌 것 같고요. 방광염에 대한 항생제 약을 처방받아먹으니 하루 만에 증상이 확 좋아집니다. 밤에 깨지 않고 쭉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소변을 볼 때에도 통증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3일 치 약을 다 먹으면 정말 다 낫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이렇게 며칠 지나 생각해 보면 단 하루 잠을 못 자고 고통 속에 있을 때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화가 나고 마음속에 열불이 터졌습니다. 내가 뭘 했다고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진저리가 났습니다. 아무에게도 화풀이를 하진 않았어도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다가 한 시간에 몇 번씩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미치도록 싫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 또 고통받는 북한과 미얀마의 사람들, 수백만의 사람들은 얼마나 더 고통받으며 살고 있을지. 내 눈에 티끌이 박힌 게 남의 큰 상처보다 급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반성합니다. 매일 더 감사하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제발 전쟁범죄 같은 사건들이 사라지길 기도합니다.
오늘의 결론: 아프면 바로 병원 가보세요. 모든 사람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