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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Dec 23. 2022

겨울에 감사한 것들

축 성탄!

Photo by Dan Kiefer on Unsplash

오늘은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이더군요. 아마 도시가 아니라면 더 춥겠죠? 과거의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창호지 한 장 안에서 사셨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게다가 소빙하기여서 더욱 온도가 낮았을 텐데 말이죠.


이렇게 추운 날에는 저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숲 속 오두막을 만들고 거기서 살아보기라는 항목이 절로 생각이 납니다. 과연 이런 추위에서도 그런 경험을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는 걸까? 사실 오두막을 짓기는커녕 땅도 없는데 추울 때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네요.


그러면서 감사합니다. 비록 좁지만 따뜻한 집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몇십 년 된 아파트라고 해도 시골집보다는 난방비가 적게 들고 더 따뜻해서 감사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공기를 덥히는 방식이 아닌 온돌의 나라에 사는 것이 감사합니다. 틀기만 하면 보일러가 뜨끈한 물을 마음껏 내뿜으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전기만 꼽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인프라에 감사하고, 커피포트로 언제든 즉시 커피와 컵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추운데 밖에 나가지 않아도 먹을거리와 음식을 배달해주는 기사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싸고 저렴한 생필품이 풍족하게 유통되는 다이소와 쿠팡에 감사합니다. 


눈이 오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한 싱가포르 친구에게 애도를. 펑펑 내리는 눈도 감사하고 아이들이 한 번에 쓱 눈뭉치를 만들 수 있도록 적당히 쌓인 차 위의 눈도 감사합니다. 눈이 녹다가 얼어서 미끄럽지만 그걸 감안해 마구 뿌려진 염화칼슘으로 그나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차가 갑자기 미끌거리면 얼마나 놀라게 되는지 모릅니다.


어제 방학식을 하고 오늘부터 집에서 나와 알콩달콩 지낼 우리 둘째의 존재가 감사합니다. 초등 고학년이라 사춘기가 시작되려는지 삐딱한 모습이 매일 늘어가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귀여움 뿜뿜 보여주는 녀석입니다. 이제 다음 주면 첫째까지 방학인데 이 좁은 집이 미어터지겠군요.


겨울방학 특강 같은 학원에 추가로 보내고 싶지 않은 저의 마음과 아내의 동의가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억지로 공부시킨다고 공부 잘하는 거 아니라 생각합니다. 학원 억지로 다닌다고 실력이 팍팍 느는 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초등 시절에는 너무 학원에 많이 다니는 건 좀.. 물론 영어와 수학은 다니고 있기는 합니다. 언제든 하기 싫다고 말할 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로 끊어버리려고요.


크리스마스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수님이 탄생하신 중요한 날인데 진짜 감사해야죠. 생각해보니 가족들 선물을 한 개도 준비하지 못했네요. 카드도 한 장 안 쓰다니 참으로 무심한 아빠가 될 뻔했습니다. 가족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꼭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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