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이마 위에 있다

by 김영무
zana-pq-CHTfr0FaiF4-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zana pq


우리 막내딸은 중간이 없습니다. 교문을 통과해 책가방을 억지로 메고 걸어 들어갈 때까지 비몽사몽으로 선생님이 마중 나오셔서 ‘OO야~ 어서 눈을 떠~’ 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부터 엄마 아빠를 잠 못 자게 놀아달라고 괴롭히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 막내와 같이 등교를 했을 때의 일입니다. 뭐 매일 학교 가는 일이 뭐가 그리 특별하겠습니까? 오늘은 계속 잠을 자네요. 운전을 하다가 신호등에 걸려 고개를 돌렸습니다. 잠을 자는데 이마가 어찌나 예쁜지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죠.


우리는 살면서 대단한 성취만이 기억될만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단한 회사에서의 업적. 완벽한 해외여행. 인스타에 올릴만한 자랑스러운 것. 하지만 진짜는 그런 게 아니죠. 삶이란 사소한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거의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사소한 것들.


출근하기 전에 잠자는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주는 것. 출근길 지하철에서 새로운 빵집을 발견하고 빵의 풍성한 향기를 즐기는 것. 업무 중 잠깐씩 즐기는 동료와의 소소한 채팅. 매일 비슷한 루틴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작은 것들.


우리는 보통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지나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다란 목표, 자랑할만한 순간들에 비하면 너무 사소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작은 순간들에 내가 깊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줄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은 변합니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보면, 의미를 찾는 것에는 거대한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냥 오늘 하루 어떤 것에 얼마큼의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하죠.


작은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대하면 우리는 내 존재감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친구와 더 친밀하게 집중해서 대화를 나눌 때에도, 심지어 내 책상을 정리할 때도 말이죠.


존재감을 높인다는 표현은 결국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그냥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작은 순간, 나의 시선에 마주한 것들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내 기억 속에 새기고 그에 대한 느낌을 가지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습관은 멀리 보면 집중력이라든가, 자기 절제, 감성지능 등 수많은 큰 프로젝트에서 사용될만한 능력을 개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느린 삶을 살아야 가능한 일이며, 매 초마다 나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해 요소가 많은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담아 사소한 일을 해내는 습관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쌓인 마음의 근육은, 인생의 폭풍 속에서도 우리를 무너지지 않게 해 줍니다. 언제 어디서 폭풍이 들어 칠지 모르는 현실에 참으로 나에게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요?


소설가들은 거리를 지나칠 때 매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사물을 관찰한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 이야깃거리가 생겨날지 모르니까요.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소소한 것들을 감상하며 살면 더 삶이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우리 막내의 이마는 참으로 예쁩니다. 매일 그러하지는 않아도 감탄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합니다. 감탄할 만한 풍경을 눈으로 볼 때 더욱 좋지만 사진으로, 또는 영상으로 봐도 감탄을 내 안에서 더 끌어냅니다. 느낌을 기억하려고 말이죠.


오늘의 질문: 오늘 하루 더 감탄을 끌어내겠다고 다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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