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들어맞는다는 착각

by 김영무
anton-savinov-PC6ir-ZI0NE-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Anton Savinov


많은 사람은 꿈이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마 독자님들도 꿈이 들어맞았던 경험이 있을 걸요? 아니면 주위에서 꿈이 맞았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가장 유명한 유형은 복권 번호를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알려줬다는 이야기기도 하죠.


꿈이 맞아떨어진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금방 믿습니다. 왜냐면 살아가면서 진짜로 예언적인 꿈을 꾸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이 맞을 확률은 1만 분의 1이라고 추정해 봅시다. 그럼 14년(365일 x14년=5110회) 동안 최소한 50%의 확률로 들어맞는 꿈을 꾸게 되는 겁니다.


꿈은 영화처럼 선명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인간은 너무나 애정하는 본능. 즉 해석하려는 본능이 존재하죠. 꿈에 빨간 자전거를 보았는데 다음날에 우체부가 좋은 소식이 담긴 편지를 배달해 준다면 우리는 꿈이 맞았다고 좋아합니다. 자전거를 도둑맞았어도, 자전거에서 넘어져 살짝 무릎이 까져도 우리는 꿈이 맞았다고 말합니다.


인생에 위기가 닥치면 이를 설명하려는 욕구가 강해져 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충격적인 사고를 겪었을 때 이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더더욱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거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사람은 왜 자신은 살아남고 다른 사람은 떠났는지에 대해, 왜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답을 얻고자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연이 겹쳐서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사고가 발생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언정 자신만 살아남은 이유는 찾기 어렵습니다. 우연일 뿐이죠. 하지만 뇌는 대답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근거도 없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종종 죄책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미 자신은 그 일을 되돌릴 수도, 그 일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음에도 말이죠. 이렇게 자기를 파괴하면서까지 이유를 찾아다니는 것을 생존자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내가 과연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는 거죠.


많은 암 환자가 병에 걸린 이유를 자신이 살면서 지은 잘못 때문이거나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걱정을 쌓아두면 암이 발생한다는 입증되지 않은 믿음이 많은 환자에게 부가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정신적인 원인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전자의 우연한 변화가 거듭되어 암이 유발된다는 증거는 아주 많죠. 환경오염, 잘못된 영양, 흡연, 음주 등도 유전자 변이의 빈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암에 걸리는 것은 우연한 사건일 뿐입니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사건.


우리는 연상능력을 발휘하여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일들을 운명적인 사건으로 변화시킵니다. 우리의 두뇌는 주변 세계에서 끊임없이 뭔가 특별한 것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연을 어떻게든 설명 가능한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우연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평안하게 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직관에 거슬리는, 이 우연한 것에 대해 아주 불편한 시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이 되지 않잖아요?


하지만 신의 섭리라고 말하든, 우연이라고 말하든, 행운이나 불운이라고 말하든 그렇게 애매모호한 상태로 수긍하고 넘어가야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 수가 있습니다. 모든 것에 이유를 붙이려는 행동은 참 인간적이지만 결코 인간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질문: 당신은 우연이라는 존재를 인정할 만큼 대범한 사람인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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