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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것은 없다, 단지 다른 길일뿐

by 김영무
tan-dao-8nVmJ-DBmwE-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Tan Dao


일찍부터 열심히 달리면, 모든 것이 더 빨리 제자리를 찾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생산적이었고, 꾸준했으며, 항상 몇 발자국 앞을 내다보고 계획했습니다. 남들이 쉬고 있을 때에도, 저는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수면, 친구들과의 시간, 심지어는 그냥 즐겼어야 할 순간들까지 희생했습니다. ‘계획’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 했습니다. 제 삶은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매끄럽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결코 제가 짠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이 예상치 못하게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커리어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거나, 끊임없이 일하다 지쳐 번아웃이 오거나, 혹은 다니던 회사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건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아’라고요.


그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몇 년 동안 쌓아 올린 것들이 더 이상 제 삶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거대한 탑을 쌓았는데, 그 탑이 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요. 그리고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은 원래 힘든 일이지만, 이미 최선을 다해 노력한 후에 다시 시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교를 시작하게 됩니다. SNS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행복한 결혼사진, 새로운 아파트 입주 소식, 승진 소식, 귀여운 아기의 사진들을 보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잠깐… 늘 모든 것을 제대로 해나가던 사람이 너 아니었어? 그들이 '그냥 대충 살아갈 때' 쉬지 않고 일하던 사람이 너 아니었냐고? 그런데 왜 지금 막바지부터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너인 거야?"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할수록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인생은 애초에 경주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각기 다른 길을 선택했고, 어떤 길은 다른 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해낸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고,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았으며, 누군가는 남들보다 더 오래 걸렸지만 이제야 비로소 성공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혼돈 속에 있지만, 그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마치 자연의 계절처럼, 사람들은 각자 다른 계절에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되어야 할 사람이 되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지요. 저는 예전에는 강하게 시작했으니 일찍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봅니다. 강하게 시작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겪은 후에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은 우리 안에 더 깊고 귀한 것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회복탄력성, 즉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그리고 삶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에 대한 명확함을 얻게 됩니다. 또한, 물질적인 성공이나 남들의 시선이 아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들과 더 깊게 연결됩니다.


어쩌면 저는 실패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삶이 저에게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정직하게, 더 자유롭게, 그리고 더 의도적으로 저에게 더 잘 맞는 무언가를 다시 쌓아 올리도록 깨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처질까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저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정한 시간표를 쫓지 않습니다. 저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고, 저에게 올 것은 반드시 제때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무리 계획하고, 노력하고, 애쓴다고 해도, 인생은 항상 논리나 공정함을 따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의 삶의 일부이며, 우리는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타이밍을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의 여정을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계속 배우고, 우리의 길도 결국에는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고, 더 엉망이며, 덜 예측 가능하더라도 말입니다.


저는 늦은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저만의 길을 걷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의 질문: 결국, 언젠가 나의 시간이 오리라는 것을 믿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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