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대학교 진학이 그다지 ROI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에게 대학 진학을 말릴 것인가? 그건 또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중소기업(130명 직원) IT회사 연구소의 관리를 맡으며 무수히 많은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경력직입니다. 그것도 대리에서 과장 급의 인력은 정말 완전 소중한 시장에 별로 없는 특급 매물이죠.
이런 5년 이상의 경력직은 학교를 어디서 나왔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직 이력. 경험. 프로젝트. 등의 성과만이 그들을 설명하지요. 코딩 개발자 경력직을 면접 보면서 경제학과나 심지어 요리사 출신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신입을 뽑을 때는 당연히 업무 경력이 없기 때문에 학교나 전공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대 이상이면 콜입니다. 한창 IT인재가 부족할 때는 4년제 컴공 졸업 예정자들이 모두 대기업에 입사를 해서 중소기업에서는 면접을 볼 수도 없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졸 신입 개발자는 경력을 증명할 길이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이러저러한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지만, 입사해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개인 프로젝트 이므로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진짜 실력자일 수도 있지만 뽑기 어렵죠. 그래서 전문대 이상의 졸업장은 한국에서는 필수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미국이라면 좀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 졸업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거기는 학비가 정말 비쌉니다. 뭐 더 좋은 교육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논외로 하고 일반 주립대의 학비도 년간 6만 불이 넘습니다. 생활비까지 1년에 1억 원 이상인 거죠. 유명 사립대학은 훨씬 비쌉니다.
미국 학생들도 당연히 모두 부자가 아닙니다. 거의 모든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빌려서 공부하고, 졸업 후에 일하면서 대출 상환을 합니다. 그런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 10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허다해지면서 정말 이 돈 내고 대학교육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미국에서 계속 커지고 있죠.
대학교 이외의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도 넘쳐납니다. 온라인 교육도 종류별로 많고, 대학교에서 직접 진행하는 온라인 학위 과정도 많습니다. 유튜브로 공부하는 사람도 많죠. 충분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세상입니다.
사회의 신입이라면 어디서든 경력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꼭 공기업, 대기업을 노리면서 취업 재수를 하는 것은 전혀 삶의 이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 번쯤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을 기다려가며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상당한 손해라고 봅니다.
단, 5명 이하의 소기업은 주의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업무의 사수가 없는 기업도 피해야 하고요.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는 기업이라면 그곳이 중소기업이라도 과감하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중에 가장 좋은 것은 국내 특정 분야의 1위를 하는 강소기업이 좋습니다.
저는 국내 대학의 순위를 이렇게 봅니다. TOP5 > 인서울 > 그 외. 예를 들어 재수를 선택한다면 위의 3단계에서 하나쯤 더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재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냥 대학 개별 순위 몇 개 올리는 수준이면 굳이 재수를 할 필요 없고요.
학교 선택 시 위의 3단계에서 같은 단계의 여러 대학에 합격을 했다면 장학금을 더 주거나 집에서 가까워 시간이 절약되는 학교로 가면 됩니다. 단계가 다르면 당연히 높은 단계의 학교를 선택해야겠죠.
대학원은 정말 그 분야의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사람이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단순히 대학원을 나오면 연봉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취업에 유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학교를 갈 수 있는 실력이 되는데 굳이 안 가겠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조금 이상한 결론입니다. 물론 이미 고졸 이후 취업을 했다면 그건 훌륭한 일이죠. 취업을 팽개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아들에게는 네가 원하는 선택을 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대신 사회의 일선에 서기 전의 대학 생활의 시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하라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기는 합니다. 파이팅 아들!
오늘의 질문: 당신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학교육에 대해 어떻게 조언하겠어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