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착이다!
카트만두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걱정도 잠시, 창 밖으로 펼쳐지는 처음 만나는 히말라야의 모습은 그 모든 걱정을 순식간에 날려버려기에 충분했다. 라싸를 경유하는 일정 때문에 히말라야 산맥을 북에서 남으로 온전히 가로질러 갈 수 있었고, 히말라야 고봉들의 장관을 내 눈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행운을 맞이 할 수 있었다. 호기심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하는 신들의 땅 히말라야, 만년설에 덮여 하얀 빛깔을 뽐내는 히말라야의 자태에 한 순간도 창문 밖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그곳으로 가고 있다니, 저 멀리 펼쳐진 모습을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창 밖에 펼쳐진 히말라야는 내가 바로 세계의 지붕이라고 말하는 듯, 웅장한 기세를 뿜어내는 힘찬 산줄기와 끝도 없이 뻗어있는 하얀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루며 거친 기운을 뿜어 내는 듯했고, 그 기운은 내 심장까지 그대로 전해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거세게 쿵쾅거리게 했다. 히말라야, 이제 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너의 심장으로 다가간다.
그 어느 때보다도 벅찬 감동의 비행을 마친 비행기는 어느새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우리는 바쁘게 짐을 정리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심사를 통과한 뒤 2시 15분에 출국 게이트에서 만나기로 하고 찬경이는 짐을 찾으러 나는 국내선 공항을 찾기 위해 달린다. 국내선은 예약이 되어있고 우린 어디서 타는지도 몰랐지만, 일단 어디로든 뛰는 수밖에 없었다. 공항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건물이 많은 쪽으로 뛰었다. 돌아가시는 길인 듯했던 한국인 아저씨게 또 묻고 공항 직원들에게도 묻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모르겠다는 대답뿐. 결국 국내선 청사가 어딘지 알지 못한 채 되돌아 간다. 하지만 20분이 넘도록 짐은 나오지 않고 기다림만 계속되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수하물이 나오는 창구 쪽으로 몰린다 드디어 우리 짐이 나오고, 또 한 번 질주가 시작됐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일단 밖으로 뛰쳐나온 우리는 두리번 대다가 지나가는 공항 경비에게 길을 물었다. "Where can I get domestic flight?" 알고 보니 아까 택시 승강장인 줄 알고 그냥 돌아섰던 그 빌딩! 시간은 오후 2시 40분, 이미 보딩 시간은 마감되고도 훨씬 더 지났을 시간이었지만, 딜레이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계속 달렸다. 급하게 지름길을 따라 흙길을 오르고 가드레일을 넘고, 뛰고 또 뛰어서 입구에 다다랐다. 우리 모습이 엄청 급해 보였는지 현지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디로 가는지 티켓은 있는지 급히 물어보곤 앞장서서 뛰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공항 안으로 뛰어들어가니 바로 보이는 탑승동 게이트! 입구에 있는 사람이 티켓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 같이 온 그분은 여기서 티켓을 사는 거라며 창구를 가리킨다. 아마 우리가 급히 뛰는 걸 보곤 티켓도 없이 그냥 막와서 급히 뛴 걸로 생각했었다 보다.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예약한 티켓을 보여주니 그 상황을 캐치한 창구 직원은 껄껄껄 웃고 우리와 함께 뛴 아저씨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죄송하지만, 아저씨 상황까지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기에 미안하단 말도 한마디 못 한 채 또 허겁지겁 뛰어 들어간다. 게이트를 통과하자 보이는 예티에어라인의 창구, 그리고 아직 탈 수 있다는 사인, 와……. 시계를 보니 2시 5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비행기는 아직 그대로 있었다. 한 시간이 연착되어 3시 15분에 보딩을 한다는 말에 우리는 라싸에서부터 안고 온 불안한 마음을 모두 쓸어냈다.
포카라행 국내선 표를 다시 발권하고 짐을 부치고 탑승동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으니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지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허름한 대합실 안에 군데군데 모여 앉은 미간에 빨간색 염료를 묻히고 전통모자를 쓴 채 나마스테로 인사하는 네팔 사람들. 미소가 넘쳐나는 그들의 표정과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잔잔한 향내음, 그리고 보이는 보드 사인.
Welcome to Nepal
드디어 네팔이다.
36시간을 꼬박 걸려 마침내 도착한 곳 네팔. 그간 오는 길이 길고 험난했기 때문일까, 의자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함이 밀려온다. 네팔이라니!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네팔이라니! 공항을 둘러보니 네팔의 사진을 담은 엽서와 트레킹 지도들이 눈에 띈다. 진짜 네팔에 왔구나. 기쁜 마음으로 갈증을 날리기 위한 음료수를 사기 위해 환전을 하러 갔다. 근데 웬걸.. 미화 450불을 환전하는데 500루피권으로 4만 6천 루피가 나온다. 90여 장의 500루피.. 하지만 무슨 권종이 있는지 살펴볼 여유가 없어 그냥 받아온다. 가방에 든 입금하지 못하고 가져온 한화 한 뭉치와 함께 가방이 또 두둑해진다. 음료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드디어 예티 항공을 타고 포카라로 간다. 포카라에 갈 때는 오른쪽에 앉으라는 한 블로거의 조언에 따라 맨 뒷자리 오른편으로 앉아서 간다. 내 뒤에는 단 한 명뿐인 승무원이 자리하고 이륙과 함께 나름의 기내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솜과 사탕이 든 바구니를 들고 앞에서부터 오는 승무원, 우리가 흔히 타는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아닌 대략 20여 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작은 기종이기에 귀가 아플 수 있어 솜을 나눠준단다. 그리고 기체가 아직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으로 불쑥 나타난 승무원이 커피를 권한다. 얼떨결에 받아 든 컵엔 뜨거운 물만 들어있었고 뜨거운 물을 받아 들자 커피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넨다. 아직 비행기는 상승 중인데 허허.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또 한 번 히말라야 산맥이 주는 경외감을 맞이 한다. 보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장관. 내가 곧 저 산세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또 쿵쾅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며 날아가길 30분 하나 둘 포카라의 건물들이 보인다. 작년의 지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건물들도 보이고, 아직 복구를 하지 못한 듯 위태롭게 서있는 건물들이 창 밖으로 지나간다. 비행기는 하강 중 급선회를 함과 동시에 나타난 활주로에 들어서고 포카라 공항에 착륙한다. 작디작은 포카라 공항, 국내선 전용이라 그런지 마땅한 게이트도 없고 바로 수하물을 찾는 작은 건물로 들어선다. 컨베이어 벨트는 당연히 없고 커다란 카트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직접 짐을 싣고 열심히 끌어 우리가 있는 건물로 온다. 그리곤 하나하나 창구에 올려놓고 직접 수하물 번호를 확인하고 불러준다. 하하, 네팔에서만 할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다. 승객이 2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비행기였기에 금세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미리 예약해둔 한국인 호스텔인 놀이터에서 나오신 직원분이 우릴 맞이해 주신다. 준비된 택시를 타고 예약해둔 숙소 놀이터로 고고고! 택시를 타고 가며 창밖으로 보이는 네팔의 길거리가 반갑다. 이제 정말 네팔이구나, 창밖으로 지나가는 허름한 건물들과 네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제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방을 받고 간단히 트레킹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미리 신청해둔 입산 허가증을 받고 나니 어느덧 5시. 주변도 둘러보고 저녁도 먹을 겸 숙소 근처 댐 사이드 지역을 둘러본다. 마을 풍경은 어릴 적 뛰어놀았던 큰집의 동네와 비슷했다. 포카라의 가장 아름다운 명소인 페와호에서 갈라져 나온 듯한 작은 호수, 호숫가에 떠있는 작은 고깃배들이 떠 있는 호수 위로 산 뒤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뻗어내는 보랏빛 노을에 비치는 빛깔에 평온함이 느껴져 온다. 호숫가를 따라 늘어진 낮은 건물들에 들어서 있는 음식점들을 둘러보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네팔에서의 첫 끼는 네팔 음식을 맛보기로 하고 작은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식당 안 분위기가 어두침침한 게 조금 불안하다. 꺼림칙한 마음에 네팔 음식을 포기하고 오던 길 제일 처음으로 봐 뒀던 양식점으로 돌아가던 중 괜찮아 보이는 네팔 음식점이 보인다. 겉모습도 나름 깔끔하고 내부도 불빛 이 없어 어두운 것 말고는 나름 괜찮아 보인다. 아무도 없던 가게에 주인이 돌아오고 건네준 메뉴판을 보는데 작은 불을 켜준다. 잔잔한 등불을 켜고 보니 잔잔한 분위기가 퍽 괜찮다. 가격도 괜찮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음 쵸메인, 모모 그리고 츄박 시켰다. 쵸메인은 중국식 면요리인데 알고 보니 중국어 차오미엔(炒面)이 발음이 바뀌어 쵸메인이 된 거란다. 중국에서 먹던 볶음면 맛과 비슷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네팔식 만두인 모모도 우리가 흔히 먹는 맛과 맛이 비슷했고, 칼국수처럼 보인 츄박도 나름 입맛에 맞아 첫끼를 훌륭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덧 밤이 되었고, 그사이 떠오른 별은 하늘에 총총 박혀 네팔 여행의 시작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