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봄망초

by 케빈은마흔여덟

존재한들 보지 않으면 알 길이 없고

알지 못하는 것은 이름 붙여 부를 수도 없다


내 시선이 닿지 않던 긴 시간 동안

당신은 그저 풍경의 일부로 침묵해 왔다


관심이 눈을 뜨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풀숲 사이에도 이토록 찬란한 꽃들이 널려 있었구나


주인 없는 모퉁이, 인간이 내어주지 않은 틈새

한 계절 목숨 걸고 기어이 꽃을 피웠구나


무심한 발걸음에 치여 알아채지 못했던

소외된 자리마다 피어 있는 노란 눈동자


계란을 닮아 순박하고 수줍은 얼굴로

당신은 내게 '화해'라는 악수를 건네온다


보이지 않던 봄망초,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니

지천이 온통 당신의 고백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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