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우울한 비

by 케빈은마흔여덟



먼지 같은 부슬비 푸름을 지우고

암흑 같은 우울은 마음을 지운다


산 중턱에 유유히 걸터앉은 비구름

그 뒤를 밟아온 안개 겹겹이 짙어진다


당당하던 능선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지워질 때

쇠약해진 가슴 한구석, 어둠이 소리 없이 고인다


타오르던 불씨마저 식히려는 것인지

기어이 마음을 통째로 삼키려는 것인지


정체된 열정 위로 내리는 차가운 비

보이지 않는 능선 너머 빗소리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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