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이곳은 슬픔 그 자체였다.
그리스를 떠올리면 가장 어떤 이미지가 떠올리는가? 그리스 샐러드, 그리스 신화, 지중해 등등 많은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아크로폴리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그 누구도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나도 모든 이들의 책장 속에 한 권씩은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읽고 자랐기에, 항상 신전에 대한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높은 기대감을 안고 도착한 이곳은, 그리스 신전이라는 명성대로 이곳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장소와 공간을 다니다 보니, 그곳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지만 이전에 그 어떤 공간도 내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전해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 그리스에 도착했을 때부터, 아크로폴리스를 걸어 다니기까지, 이곳은 내게 ‘슬픔’ 그 자체로 다가왔다.
유시민 작가님이 쓰신 ‘유럽 도시기행’에서는 , 이곳 아테네를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아름답게 늙지 못한 미소년
직접 아테네를 거닐다 보니 이 문장보다 더 완벽하게 이곳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와 닿았다.
서양사의 시작이라고 하는 '그리스'. 그곳의 심장인 '아테네'. 하지만 거리를 거닐면서 단 한 번도 그 위용 있는 과거의 영광을 느낄 수 없었다. 다 부서지고 다 무너져내려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 나있다. 마치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패해,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은 역사 속 많은 장군들처럼
게다가 그리스에 도착하기 전 방문한 '영국'과 '터키'가 이 슬픔을 더욱더 증폭시켰다.
2,500년 전 세워진 파르테논을 보다 보면 벽면 조각들이 없다. 부서지고 사라진 게 아니라, 1800년경 영국 외교관 엘긴에 의해 뜯겨 현재 영국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 통치하에 있었기에 , 당시 엘긴은 '오스만 지배하 그리스에서 문화재 파괴가 우려된다'라고 변명을 했다. 하지만 이후 공식적으로 독립하고 그리스 정부가 반환 요청을 해왔을 때는 '그리스의 악명 높은 대기오염과 그리스는 이 인류 최고 문화유산을 보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반환 불가를 표해왔다.
이에 당연히 그리스 정부는 분괴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하려는 듯 , 엄청난 박물관을 아크로 폴리스 바로 앞에 지었다. (런던, 파리, 뉴욕 등 운이 좋게 세계 최고의 박물관들을 가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손꼽힐 정도의 전시 수준과 구성을 자랑했다)
이곳에 오기 전 운이 좋게 , 영국과 터키에서 이들이 약탈한 문화유산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는 '약탈'이라는 문자가 실감이 잘 안 났다. 하지만 원래 그곳이 있어야 되는 곳에 와서, 그 텅 빈 공허한 공간을 보고 있자니, 이곳의 슬픔은 애처로움까지 더해져 다가왔다.
게다가 이 상처의 슬픔은 과거의 공간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처럼 '현재'의 공간에서도 슬픔의 울부짖음은 계속되었다.
아테네는 내게 슬픔으로 시작해, 슬픔으로 끝난 도시이자 국가였다. 그래서 과연 이곳이 아름답게 늙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이곳에 지내면서 끊임없이 던졌다. 하지만 도저히 미소년이 아름답게 늙은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인생도 그렇지만, 역사도 ‘만약’을 넣을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걸 그려보는 건 도저히 불가능인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이곳을 떠났다.
2019. 11.02
In Athens, Gre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