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여사의 눈물
엄마에게 부탁했던 것이 하나 있다.
"엄마, 호주에 나 만나러 올 때 집에 온 택배 하나만 챙겨와 주세요."
그 택배의 정체는 새 운동화였다. 호주에서의 물건은 이미 모두 한국으로 부친 후였고 깨끗하게 시작하자는 일종의 세레모니였다. 정들기도 했지만 지겹기도 한, 케케묵은 운동화. 호주에서 일할 때 항상 신던 신발이었다.
엄마와의 상봉을 무사히 마치고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외쳤다.
"엄마, 신발주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감하게 신고 온 신발을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나름 쌓인 것이 많았던지 속이 시원해졌다. 물론 이제 호주를 떠난다는 것이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기분이 미묘해졌지만 엄마를 책임지고 떠나야 하는 여행을 앞두고 있었기에 더 큰 설렘으로 새 운동화로 기분 좋게 갈아 신을 수 있었다.
새 신발을 장착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더 그라운드 오브 알렉산드리아.' 이름이 무언가 장황하다. 내가 지금부터 기술할 엄마와의 호주 여행기는 내가 2년동안 직접 호주에 거주하며 고르고 고른 명소 위주로 꼭 엄마를 데리고 가보고 싶었던 곳 혹은 엄마와 같이 해보고 싶었던 것 위주로 쓰여질 것 이다. 즉, 추천 하는 장소들이니 혹여 호주에 갈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그 장소가 시드니라면 한번 쯤 가보길 바란다.
위치는 시드니 시티 타운홀 쪽과 그린스퀘어역 쪽에 있다. 시티지점 또한 괜찮은 곳이었으나 특색은 그린스퀘어 쪽이 좀더 강하고 컨셉이 확고했기에 난 공항에서 시티로 오는 길에 그린스퀘어에 들렸다. 역에서 걸어서 약 15분정도 걸린다는 것이 흠이긴 하나 가는 길 또한 볼게 많아서 즐겁다. 가는 길에 벽화가 그려진 곳도 많고 엔틱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어 구경하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앤틱매장이 우리나라와 느낌이 다르고 호주 로컬느낌이 나는 곳이기에 꽤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더 그라운드 오브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이런 표지를 발견했다면 성공. 도착한 것이다.
이제 들어가서 요모조모 예쁘게 꾸며진 정원을 즐기고 다양한 카페 및 가게들을 구경하자. 예쁜 사진 건지기에 이만한 곳은 없다.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로 여기저기 이것저것 구경하고 배가 고파져 'the ground of alexandria' 안에 위치한 카페 한군데를 골라 들어갔다. 전에 방문했을 때 샌드위치류를 먹었는데 상추가 너무 싱싱하고 맛이 있어 자세히 물어보니 바로 옆에 프리마켓 직판장에서 재료를 사와 바로 요리한 것이라고 한다. 뒤늦게 프리마켓을 찾아가 보았으나 이미 거의 문을 닫은 상태. 프리마켓은 기대를 할 만한 퀄리티는아닌 것 같으나 싱싱한 재료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이 카페에 재방문 하였다. 이국적인 느낌 물씬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오후에 햇빛 받으며 방문하기 좋고, 저녁에는 칵테일을 하는 매장이 또 있으니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으면 밤에도 'the ground of alexandria'에 방문해 보길 바란다.
밥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고 햇빛 비치는 아래 앉아 지난 2년간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고 있자니 엄마가 갑자기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고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약 27년간 쉼 없이 달려온 엄마 자신에게 상을 줘야겠다고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렇게 행복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훌쩍이시는데 내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가슴이 벅차 오르는걸 누르며 부끄러움에 되려 엄마를 놀리며 영상을 찍었지만 엄마가 부끄러울 것을 생각해 사진만 한 장 첨부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혼날 때는 그 누구보다 무서워 보였고, 그 작은 몸으로 야무지게 우리들을 키워낼 때는 엄마가 이렇게 작고 귀여운 사람인지 몰랐는데 26살이 된 지금 엄마를 호주에 모시고 손을 잡고 다니니 내 자신이 컸다는 것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이, 새삼 실감났다.
한국에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박물관을 따라다니던 꼬맹이가 어느 순간 커서 엄마 손을 이끌고 전 세계의 넓고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린다는 것이 엄마의 감정선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단순 어떠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며 그 사람과 내가 공통된 추억을 만들어가는 그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아직도 엄마는 종종 사진들을 열어다 보며 회상에 잠기신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그때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회상하는 우리는 또 가장 행복한 시간에 빠지게 된다. 깡여사가 눈물을 보일 정도로 이 여행에 감동을 받을 지는 몰랐는데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가장 보람 있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딸래미가 첫 사회생활로 타지에서 열심히 벌은 1000만원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계속 걸려 거절을 하려 했지만 결국 나의 만류에 인생의 큰 선물을 자기 자신에게 주고자 참여했고 한 달간의 건강관리 끝에 큰 마음을 먹고 호주까지 발걸음을 했기에 엄마는 그 순간순간이 더 감사하고 감동이고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깡여사의 눈물을 보며 그 만큼 더 큰 다짐을 새겼다. 이번 여행에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겠노라. 대한민국 대구 동구의 작은 집에서 나와 넓고 넓은 세상을 보여 주겠노라. 그 무엇보다 안전하게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이끌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