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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후니 Jun 28. 2024

‘우리 할배의 꿈’ 전자책 만들기

3 장. 꿈을 이룬 울 할배, * 할배의 첫 작품

나는 서울로 돌아와서 급한 일들을 처리하며 할아버지의 전자책 최종 손질하였다. 이제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신 지 2개월이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불안하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날이 자꾸만 다가오는 것 같아서 말이다. 주말을 맞이해서  할아버지를 뵈러 내려가는 중이다.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려서 예쁜 꽃도 샀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아이고, 우리 훌륭한 손주님 오셨네~~!!”  

“엥? 할아버지 왜 강아지라고 안 부르시고 오늘은 손주님 이세요?”  

“허허허 나한테는 강아지나 손주님이나 그게 그거라 카이..”  

“흐흐흐 듣는 강아지가 손주님이라고 불리면 기분 좋죠..크크..”  

“그라마 앞으로 손주님이라고 하꾸마..”  

“아녀요. 전 강아지가 더 좋아요…”  

“오이야 우리 강아지..허허.. 근디 손에 든 것은 뭐냐?”  

“아~~ 할아버지 책이 이제 완성이 되어서 기념으로 할아버지께 작가들 출판행사나  기념 싸인회 하면 꽃다발이나 화환 주듯이 드리려고 사왔어요..”  

“허허허.. 무신 난리고.. 작가도 아인데…”  

“아니시죠.. 이제 엄연한 이대봉 작가님이십니다!”  

“하하하하 그래도 작가로 불리니까 기분은 좋구마이...”  

“네네 이작가님! 크크크..”  

“허허허허”  

“할아버지 이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시면 되요.”  

“뭐라꼬. 이제 책 완성되었는데 뭘 또 시작해야 되노?”  

“쉽게 비유를 들어서 설명 드리면 현재 상태는 상품을 공장에서 만들어서 완성품을  만든 상황이라고 보셔야 되고, 상품을 시장이나 세상에 내보내어서 판매를 하거나  사람들께 나눠주거나 해야 하잖아요. 바로 그 단계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전자책의 완성은 워드 파일의 pdf 파일로 전환하면서 책 제작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는 책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바로 책을 시장이나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보내는 루트와 창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지금 할머니가 좋으셔요? 분희 할머니가 좋으셔요?”  

“갑자기 왠 할매 타령이여?”  

“아~~ 할아버지 글에 가끔씩 등장하시는 분희 할머니가 생각나서요.. 글에 몇 번  나오시는 것을 보니 애뜻함이 있으실 것 같아서요.”  

“사나는 자고로 정에 죽고 살고 하는 것이 안되지. 소싯적 그런 맴은 그 때의  감정이었던 거고, 내 아를 놓고 나랑 몇 십년을 살림 살고 뒷바라지 한 너거 할미가  최고지.. 암..”  

“에이~~ 진심이셔요?”  

“허허허.. 사나는… 어흐흠…분희가 조금 더 곱긴 했지..허허허..”  

“엇.. 할머니한테 이야기 드려야겠다.”  

“대끼 이놈!! 허허허허..”  


나는 할아버지의 호통에 갑자기 할아버지의 글이 떠올랐다.  




[할아버지의 글, 뭣이여? 암이여?]  


앞만 보고 산 지 78년 2개월이 되었다. 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철도인으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할애비로서 살았지만, 항상 미안하고 부족한 마음이 더 많은 것  같다. 행복하고 뿌듯한 기억도 있었지만.. 늘 인생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오늘 아들내미 덕에 서울에 큰 병원을 다녀왔다. 지방병원에서 꼭 큰 병원 가보라캐서  가긴 했는데.. 오늘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나이에 왠 호들갑인가 싶어서 아들한테 안  간다고 했다. 그러니 아들내미가 길길이 날뛰는 통헤 어쩔 수 없이 여편네랑 차비를  하고 아들 차로 서울로 갔다.  


아이고, 마 텔레비에서 보던 서울! 역시나 사람이 많다. 정신 안차리면 코 베인다고  하더니만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구마이..  유명한 병원이라캐서 또 유명한 의사라고 해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 표정을 보니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닌가 보다. 누구보다도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내가 안 올라고 했던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분명 좋지 않은 것 같다. 2년 전부터 안 좋은 느낌이 왔다.  그래도 참을 만해서 참고 살아왔는데….  


아들이 잠깐 나가보라 해서 나왔다. 할미 랑 아들내미 랑 의사 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대기실에서 앉아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보면 이 상황에서는 꼭 안 좋은 상황이 나오던데…  아마도 나도 그럴 것 같다.  아들내미와 여편네가 내 상태가 좋다고 한다. 의사도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여 아들아, 여보! 고맙소. 나를 위해서.. 일부러 수고하는 거 다 아오… 나는  두렵기는 하지만, 내 몸의 상태로 쉽지 않다는 것이 조금은 느껴지는데… 그렇게  좋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오.’  

계속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다. 그건 바로 손주 때문이다. 우리 훌륭한 민수를  생각하니 자꾸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마음이 몸의 병을 치유한다고 하더니만  그런 것 같다.     

(…)  

방 문 밖이 시끌시끌하다. 피곤해서 일어나기가 싫다. 한바탕 시끌시끌하더니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소. 자요?” 

할미가 말을 걸었다.  

“아니 피곤해서 눈 좀 붙일까 하고. 와?”  

“아 다른기 아니고 이야기 좀 할라고…”  

“뭔 이야기..?” 

“…”  

“와 사람 깨바 놓고 이야기 안하고 그라노.. 와? 뭔데?”  

“당신 암이라 카네요..”  

“……”  

“뭐 암이 대순가? 마 나는 괜찮다… 내 나이가 몇인데.. 마..”  

“흑흑흑…”  

할마씨가 갑자기 운다. 내 마음도 이상하다..  


“갑자기 왜 울어쌌노.. 에이…”  

일어나서 방을 나가버렸다.  

(…)  

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죽을 뻔한 고비는 많이 넘겼다. 기차  아래에 찡겨 있었던 적도 있었고, 군대 실탄 오발사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살아남았다. 신은 마치 나를 죽지 않는 사람으로 보호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암이라니.. 그것도 췌장암이라니…  

(…)  

계속 상태가 안 좋다. 의사나 아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나를 잘 안다. 분명 지금  좋지 않다. 이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혹시나 떠나면 못할 그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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