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마 책 되는기가?
주말에는 할아버지의 병원에서, 주중에는 집과 커피숍에서 할아버지의 자서전을 옮기는 작업을 지속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제 1권 정도 남은 것 같다. 할아버지 가 병원에 입원하신 기간도 한달이 다되어 간다. 글로 옮기고 수정하고 의미가 모호한 부분은 가감하는 작업이라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오늘도 할아버지 병원을 찾아갔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왔나?”
“네 할아버지! 저 왔어요”
할아버지를 바라보니 한달 전 보다 더 많이 수척 해지셨고, 더 야위셨다. 마음이 갑자기 아파온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눈치 채시지 않도록 그런 말씀은 절대 드리지 않는다.
“할아버지 지난 번 보다 훨씬 좋아지셨네요. 안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조금씩 좋 아지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렇게 이야기 하시더나? 안 그래도 몸이 가뿐해지는 것이 나도 좋아지는 것 같더라..허허허..”
“네네 저도 너무 좋아요. 오래 오래 사셔야 해요.”
실은 병실 오기 전에 아버지께 할아버지 상태 관련하여 의사와 나누신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께서는 슬픈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 해주셨다.
“민수야! 잘 듣고 할아버지께는 내색하지 말거라. 의사 선생님께서 할아버지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셔서 오래 사신다고 해도 3개월 정도라고 하시더라. 안그러면 그것보다 더 빨라지실 수도 있고…. 그래서 마음에 준비를 하라는…”
“아..아부지.. 안되요.. 뭐라도 해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명의시라고 하던데 요..할아버지 꼭 낫게 해드려야 해요…”
“내 마음도 그렇단다… 너에게는 할아버지지만 나에게는 아버지란다…”
“네.. 아버지…”
할아버지가 오늘도 몇 자를 직접 노트북으로 적어 보시겠다고 해서 노트북을 앞 에 가져다 드렸다. 역시나 나비(?)타법으로 한땀 한땀 글을 쳐 나가셨다.
“민수야 이거 되게 재밌는데..”
“하하하~ 할아버지가 아마도 할아버지 작품을 쓰고 계셔서 더 즐겁고 재밌게 느 껴지실 거에요.”
“아 그렇기도 하겠구나. 허허허… 그런데 민수야! 이렇게 이 노트북에 글만 쳐 넣으면 책이 되는기가?”
“일단 70% 정도 되었다고 보시면 되요..”
“아니 무신 출판사 같은데 보내야 되는 거 아니가?”
“흐흐흐 나중에 말씀드릴텐데 다 만들어서 출판사 같은 곳이라고 하신 그런 전 자책 플랫폼이나 인터넷 출판 업체 웹사이트 등에다가 전자책을 업로드 하면 되 요.”
“업로드가 뭐꼬? 아아.. 그 플랫폼인가 무시긴가에 올려둔다는 뜻인거제?”
“네네 맞아요.”
“알았다. 그래 이제 뭐 하면 되노. 책을 완성하려면..”
할아버지를 보니 몸은 쇠약하시지만 눈은 초롱초롱하셨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모습이랄까.
[할아버지의 글, 제목: 퇴임식]
아따 오래 댕깄다. 이제 철도 공무원의 일도 정년을 맞이했고,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떠나게 되었다. 처음 역무원이 되었을 때 정신도 없이 몇 일을 보내고, 가끔 오신호로 선배한테 엄청나게 혼나고 두들겨도 맞았었는데.. 이제 그 모든 것도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막상 이렇게 퇴임식을 앞두고 보니 더 열심히 살고 더 즐겁게 지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남게 된다. 물론 모든 마지막은 후회가 남겠지만 말이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동료, 선후배들이 착석해 있다. 나와 몇 명의 동료들은 단 상으로 올라갔다. 정근상을 받고 돌아가면서 소감을 이야기했다.
내가 말한 소감 의 전문을 기록할 수는 없지만 몇 구절만 옮겨 본다.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철도인으로서 오늘 그 모든 역 할을 마치고 마치 모든 숙제를 마친 학생과 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모자란 부분도 많고 부족함이 많음에도 오늘까지 저를 이해해 주시 고 도와주신 모든 선후배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비록 철도인으로서 실무를 떠나지만 마음만큼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합니다! 저는 철도인으로서 살면서 한가지 좌우명을 가지고 지내왔습니다. 그 것은 바로 ‘나의 행복이 바로 여행객들의 행복이다!’입니다. 내가 즐겁지 않고 보람되지 않으며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를 만나는 여행객들 혹은 고객들도 행복하 게 만들어 드릴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말씀으로 퇴임 소감 및 연설 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부디 행복하시고 맡은 일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십시오!”
(…)
퇴임식장을 떠나는 데 수없는 선후배, 동료들이 꽃다발과 인사말을 건넸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
퇴임식을 모두 마치고 동료들과 근처 고깃집에 가서 소주 한잔을 했다. 자주는 못 보더라도 가끔씩 만나야 할 내 졸업동료들.
“이제 뭐하고 살끼고?” 차장을 하던 아무개가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반문했다.
“니는 뭐할낀데..?”
“음 내는 이제 여행을 좀 댕겨볼라고…”
“평생을 기차를 몰면서 여행댕겨놓고 또 여행 댕긴다고?”
“허허허 평생을 남들 여행시켜줬으니 이제 내 개인을 위한 여행을 해야지…”
“그렇긴하네..”
“자네는 뭐하고 살껀데?”
“음… 난 책을 한번 써볼라 고..”
“뭐 책?? 허허허 작가 말이가?”
“작가는 무신.. 그냥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을 한번 써볼 끼란 말이지..”
“대단 허이.. 허허허.. 모쪼록 잘 써서 나 좀 보여주게나..”
“하모하모..”
오늘따라 괜시리 쇠주가 쓴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이 내일부터 가야 할 역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할아버지의 모든 글들이 다 짠하고 뭔가 마음 속에 아련함이 남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글을 옮기면서 읽고 있노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저 상황 에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하고 말이다.
조금 지나니 잔 기침을 하시면서 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셨다.
“아이고, 우리 강생이 고생 많이 하제.. 괜히 할배 때문에..”
“갑자기 왜 그러세요.. 실컷 다 시키시고.. 농담이에요..”
“그래 옮기는 일은 다 되어 가나?”
“이제 거의 다 옮겼어요. 한 권이 남아있긴 한데요. 이제 할아버지께 노트북에 옮긴 원고를 어떻게 책으로 변환시키는 지에 대해서 말씀드릴 거에요..”
“아 그렇나? 되게 중요한 순간이네..허허허…”
“네네.. 그렇죠. 그 전에 제가 다 하고 있었는데, 책으로 변환 전에 해야 할 일 이 있어요. 당연히 글자가 잘못된 오탈자를 수정해야 하고요. 의미 중첩되는 구 문이나 단락들도 조정 및 수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다 작성하고 몇 번을 더 읽어보면서 의미가 모호하거나 전체 흐름과 맞지 않는 부분 에 대해서는 조금 큰 수정도 필요하고요. 일종의 탈고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 그게 집 짓고 보수공사 하는 것 같은 거 구마이..”
“네네 그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안전한 집을 완성해야 하듯이 완전한 책을 만들어야하는 것이죠.” “그래.그래..”
“검수 및 수정 등의 탈고를 거치면 원고부분은 완성이 된 것입니다. 이제 상품 의 포장지와 같은 책의 표지를 만드셔야 합니다.”
“글치. 그게 바로 집의 문패 같은 거 아이가? 이대봉의 집 같은 문패말이다.”
“흐흐흐 할아버지 응용능력이 대단하시네요.. 네네 맞아요 표지를 만드셔야 합 니다.”
책의 표지를 만들기 위해서 활용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많이 쓰여 지는 프로그램은 Canva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전자책과 책의 표지뿐만 아니라 유튜브 썸네일, 포스터, 전자엽서, 프레젠테이션 등등을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이자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런 어플리케이션 및 프로그램을 별도로 쓰지 않고 파워포인트로 책의 표지를 만들 수 있다. 파워포인트 응용기술과 능력이 충분하면 차별화된 자신만 의 책 표지 제작도 가능하다. 물론 파워포인트 운용과 활용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에는 책표지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할아버지 혹시 책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거 있으세요?”
“아니… 뭐.. 그라고보이까네.. 제목을 생각 못해봤네… 가만 있어봐라…”
“네네..”
“이대봉의 인생일기! 어떻노?”
“음 좋긴한데.. 뭔가 조금…. 크크크..”
“그라마 이대봉이 잘살았다!”
“흐흐흐 할아버지 너무 재밌어요..크크크..”
“나는 심각하구마이…허허허..”
“급할 건 없으니 천천히 생각해서 이야기 주셔요..”
“그래 그러자 갑자기 생각이 잘 안 나네..”
“자! 그럼 책의 제목은 이따가 생각을 하고 Canva 어플리케이션으로 마음에 드 시는 책의 디자인을 골라서 표지 디자인을 만들어 놓을께요..”
할아버지와 나는 책 표지 어플리케이션을 켜 놓고 이 디자인, 저 디자인 등을 바 꿔가면서 할아버지 마음에 드시는 디자인을 고르고 골랐다.
“그래 이거 멋지네. 이걸로 하자 디자인 말이다.”
“저는 조금 그렇긴한데.. 할아버지 책이시니까 할아버지가 마음에 드시는 디자 인으로 하시죠.” “너는 그래도 나는 이게 좋구마..”
“네네..크크..”
“아 그리고 책 제목 이걸로 하면 어떻겠냐?”
“네 할아버지 말씀 주세요.”
“고맙수다! 이대봉이 인생 잘 살다 갑니다!”
“…”
“왜 이상하나? 좀 그렇제?”
“할아버지… 좋은데요. 뭔가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그리고 뭐?”
“… 아니에요 할아버지! 저는 좋아요!”
“그래 네가 좋다 하니 나도 좋네. 그러면 이제 우찌하마 되노?”
“표지 디자인 고른 그 프로그램에 다시 들어가서 텍스트를 입력을 하면 됩니다. 텍스트 글씨체 랑 사이즈, 색상 등을 정해서 이렇게 작성하면 됩니다. 그리고 유 념하셔야 할 것은 판매를 위한 책 즉, 상업용 의도가 있는 책에 글씨체를 개인저 작권이 있는 글씨체나 서체를 사용하시면 안 되니 이부분도 조심하셔야 하구요.”
“아.. 복잡하네.. 네 아니었으면 못 만들었겠구마이.. 역시 작가여..허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렇게 책의 표지가 완성이 되었다.
[고맙수다! 이대봉이 인생 잘 살다 갑니다!]
완성된 표지를 바라보며 할아버지와 나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뭔가 생각에 잠기 신 듯하고, 나는 그 제목이 흡사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의 유언서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마음이 동요를 하고 있었다. 애써 침착하기 위해 누르고 있었기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정적을 깬 건 할아버지이다.
“민수야 할베가 조금 피곤한데.. 얼른 다음 이야기 좀 해보자꾸나..”
“아~~ 네네.. 무리하시면 안 되니까 빨리 다음 말씀 드릴께요.”
“오이야..”
“책 표지가 완성이 되었으면 퇴고와 수정 등을 통해서 최종 완성된 MS워드 파일 의 원고 맨 앞에 책표지의 이미지를 다운받아서 봍여 넣어 주시면 되요.”
“복잡허네..”
완성된 책표지를 노트북이나 컴퓨터에 저장한다. 그리고 완성된 MS 워드 파일의 원고 맨 앞페이지에 그 책 표지 이미지를 삽입한다. 그러니까 MS워드에 작성한 원고들이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맨 앞에 페이지를 공백으로 만들어서 그 곳 에 책 표지 이미지를 붙여 넣어서 한 권의 책과같이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MS워드 파일의 매인 첫 페이지에는 책 표지 이미지가 자리하게 되고 두번째 페이지는 책의 목차를 만들어서 넣는다. 그리고 책의 내용 순서대로 페이 지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책의 95% 이상 완성되었다고 보시면 된다.
“할아버지 이제 책 표지랑 목차도 만들었고 이제 책의 거의 다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각 페이지에 종이책에 보면 페이지 숫자가 있듯이 ‘페이지 번호’라는 MS 워드 내에 실행기능을 활용하여 페이지 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되게끔 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97% 완성되었구요.”
“아따.. 힘들구마이.. 허허.. 애초에 내가 하겠다고 고집 안 피운 것이 다행이 구먼..”
“흐흐흐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몇 권 써 보시면 금방 이해되실 거에요..”
“아이구 앗아라. 나는 이 책 한 권만 있어두 된다.”
“아니어요.. 더 오래 사시면서 더 좋은 책 많이 집필하셔야죠.”
“아이고, 됐구먼..”
“자! 이렇게 완성된 책 마지막 페이지는 제목과 발행일 지은이, 출판사 정보 등 을 작성해 넣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문구는 반드시 넣어 주시면 좋아요.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아 그렇구마이..”
“이제 거의 다 되셨어요. 이렇게 다 작업을 진행하셨으면… 책을 완성하러 가시 죠.”
“어데로 출판사로?”
“아니요 날 것을 책으로요..”
MS 워드로 완성된 상태의 책은 종이책에 포장직전의 책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작성이 완료된 MS 워드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이라는 기능을 활용하여 저장 옵션 창이 열리면 파일의 형태를 ‘pdf’파일로 변환하여 저장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pdf 전자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할아버지 이렇게 워드 화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면서 pdf 파일로 저장하면 이 것이 바로 pdf로 된 전자책이 되는 거에요..”
“뭐 pd.. 뭐라고?”
“pdf 아.. 크크크.. 어도비라는 회사에서 제정한 문서파일의 형태인데.. 이런 것까지 기억하실 필요는 없어요.. 결론적으로 전자책이 만들어졌다 라는 것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이고, 그러냐? 참 어렵고 복잡하구나.”
“할아버지도 잘 아시다시피 원래 모든 일이 처음에 다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잖 아요. 처음 가는 길도 멀어보이구요.”
“아~ 우리 강아지가 할애비를 가르키는 구나..허허허..”
“아니 뭐 그렇다구요..크크크..”
“아이고..할배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조금 쉴란다. 이제..”
“네 할아버지 좀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