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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보면 기적이라는?...

갑상선암과 성가대 사역

by 열정후니

저는 약 10년 전 이맘때 회사 건강검진을 받았고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이하였습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편하게 검진을 마치고 상담을 받았는데 목 안에 갑상선샘 쪽에 결절이

보이니 조직검사를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의사의 권고를 잊어버렸습니다.

'남자가 무슨 갑상선? 무슨 일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그리고 1년 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제게 초음파 검사 결과를 보신 검진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다소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작년에 조직검사받아보라고 권고드렸는데 안 하셨나 보네요. 올핸 반드시 받아보세요! 꼭이요~"

저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님을 직감하고 세침검사(침으로 갑상선 결절 부위에 조직을 떼내어 검사하는 법)를 통해서 최종 결과를 받아 들었습니다..


'갑상선암!'


결과도 제가 다른 일이 있어 와이프가 대신 전해 듣고서는 전화기 너머로 울면서 이야기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여운처럼 남아있습니다.

"자기야 어떡해... 자기 암 이래...."

전 그 순간 모든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일전에 가수 이문세 님께서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갑상선암 수술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저는 사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수는 아니지만 고등학교시절 교회 청소년 성가대 사역도 했었습니다.

대학교 때에는 음악동아리와 그룹사운드 동아리에 보조 보컬도 취미 삼아했었습니다.

대학 내 가요제 수상도 했고 힘들고 지칠 때면 목 놓아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이 충전센터이자 힐링센터였습니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기 전 상담 선생님과 주치 선생님 공히 수술을 받게 되면 당분간 아니 생각보다 긴 시간 제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고 심하면 원래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기 전 저 잘난 맛에 살았고 모든 것이 제 능력과 노력에 의한 것인 양 우쭐대며 살았습니다.

교회는 나가다 안나가다를 거듭하다가 목사님을 핑계(지금 다니는 교회가 아닌 이전 교회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 때문에.. 자세한 기억은 나질 않진만 동물학대 관련 옹호였던 거 같아요..)로 더 이상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제가 다시 기도를 드리게 되었고 괘씸하게도 그제야 주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주님의 계획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이 부분이 감사드려야 할

부분입니다.)

주님은 제 기도에 답을 해주듯이 수술 직전 수술실로 들어가는 천장에서 답을 제게 주셨습니다!

병실 천정에 이 구절이 있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은 기독교 병원이어서 곳곳에

성경구절을 붙여두었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이사야 41장 10절)'


저는 그 말씀을 붙잡고 수술실로 향했고 이전에는 거친 파도 마냥 미친 듯이 뛰던 심장도

예수님께서 바다를 보시고 '잠잠하라!' 하시니 이내 잠잠해지듯이 그 말씀구절을 본 이후 무엇보다 평안해졌습니다.

떨리던 심장도, 손도,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안해졌습니다!

수술 후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며 쇳소리와 바람소리만 나왔습니다. 마치 벙어리가 된 것처럼 '우워우워'만 했습니다. 노래는 상상도 못 할 부분이었고요.

그때 전 다시는 노래 부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천천히 좋아질 수 있지만 예전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셔서 더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단계에서도 계명창으로 '도레미파'를 하다 보면 항상

'파'에서 목소리가 갈라지고(삑사리라고 하죠.) 어김없이 쇳소리가 났습니다!

대학교 시절 보컬을 할 정도로 고음부를 당당히

내었던 제가...

조성모 가수님의 고음노래도 무난하게 냈던 제가 이제 더 이상 '파'를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저에게 역경이라는 껍질 속에 축복이라는 열매를 숨겨서 주셨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제 목소리가 100%는 아니어도 90% 이상 돌아왔고(저 정말 50%만 돌아와도 감사하다고 기도드렸습니다.)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은총을 주셨습니다!

가끔 삑사리는 나지만요.. 그래도 지금 제 모습은 수술 당시 그리고 몇 개월 뒤랑 비교하면 기적입니다!

지금 저는 매주 교회 성가대 사역을 하고 있으며 고음부인 테너파트에서 찬양을 드리고 있습니다!

매주가 행복하고 은혜롭고 감사함의

순간입니다!

지나 보면 모든 것이 은혜이고 축복이었습니다.

주님께서 갑상선암이라는 역경을 주셨지만 제 잘못과 오만함에서 배태된 씨앗이었고 잠시나마 주님을 떠나 지냈지만 주님은 다시금 저를 받아주시기 위해 사랑의 고난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주님의 계획임을 굳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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