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삶의 이야기.. 다시 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막 Intro>
나는 회의실을 찾아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내뱉는 호흡에 묻어서 질문이 토해져 나왔다.
“그러면 과거로 가볼테냐?”
어슴프레 암흑 속에서 너울너울되는 빛이 보인다.
“누구세요?”
“나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마라. 너는 알려고 해도 알 수도 없다. 다만, 원한다면
너와 함께 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네가 원하는 그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는 말이다..”
“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만 어디론가 의식의 움직임이 느껴질 뿐이다.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영혼은 저 멀리 점 같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1절>
과방에 모여있는 친구들이 웅성 웅성 거린다. 오늘 학교로 온다고 하는 캠퍼스 리쿠르팅을 위한 몇 개회사 선배들의 현장 면접을 위해서 4학년 졸업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조금 지나니 한국00와 00자동차, 00백화점 소속의 선배와 HR 담당자들이 리쿠르팅 면접장으로 당도하였다. 나름의 멋진 슈트와 서류가방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취준생들은 부러움과 경외감으로 가득한 것 같다.
“자 순서대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제게 오셔서 희망하시면 이름을 작성하고 순서대로 면접 보러 들어가시면 됩니다.”
나는 경외감으로 눈이 똘망똘망한 학우들을 향해서 외쳤다. 그리고는 노트를 열고 이름을 작성하기 위해서 펜을 들었다.
대부분의 취준생겸 졸업예정자들이 면접을 보았고, 어떤 이는 현장에서 원서를 받았고, 어떤 이들은 원서를 받지 못했다. 원서를 받았다는 의미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서류 통과가 가능한 문서를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원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현장에서 컷을 당했다는 의미다. 결국 지원조차 못한다는 이야기.
“어이 과대표!”
“네?”
“넌 졸업예정자 아냐? 원서 필요없어?”
00백화점에서 온 인사담당자와 작년에 입사한 신입 선배가 나를 불러세워서 물어봤다.
“어.. 저는..”
“들어와 빨리..”
그렇게 나의 면접은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그렇게 원서를 받아들었다.
“얼른 작성해서 줘!”
“네네….” 서류작성도 그 자리에서 일사천리, 그렇게 나의 첫 입사지원이 끝났다.
<2절>
약 200명가량의 인원들이 그룹 수련원에 모였다. 나처럼 대졸 정규직 사원과 함께 백화점 내 캐셔 및 회계, 부수 업무를 담당하게 될 전문대나 고졸 사원들이 함께 모여서 신입사원 교육을 함께 받게 되었다. 인원이 많은 관계로 조를 나눠서 입사 관련 교육과 학습을 진행하게 되었다. 나는 역시 과대표 출신이어서 그런지 여기서 또 조장과 전체 기수장을 맡게 되었다. 내가 원해서 맡았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되었다. 생긴 것이 그런 것을 잘할 것 같다라나…
<3절>
‘드디어 내일이면 신입교육을 수료하고 이른 바 자대 배치라고 하는 각각의 업무 현장인 지점 혹은 본사로 배치되게 된다.’
수료 마지막날 경영진이 참석하는 신입사원 환영식 행사가 진행되었다. 내가 또 그자리에 신입사원을 대표하여 진행자 겸 사회를 맡게 되었다.
“저 놈 저거 톡톡 튀는데, 우리가 중요한 지점인 00점 영플라자에 배치시켜라!”
00쇼핑 대표겸 전무님께서 진행을 마무리하는 나를 보고 들으라고 인사임원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지척에서 들었다.
난 그렇게 내 운명이 그자리에서 결정되어 버렸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수료식과 환영행사를 마무리하고 내가 기거하고 있는 00동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누으려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네! 000씨 되시죠? 저는 00전자 TV사업부 인사담당자 000입니다. 내일 아침에 1차 면접이 진행됩니다. 서류 통과하셨다고 연락드리니 반드시 참석부탁드립니다.”
“네? 내일 오전이요?”
“네. 오전 10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시간 준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이걸 어쩐다. 00백화점은 수료를 앞두고 있고, 내일이면 현업 부서에 배치를 받게되는 상황이고, 00전자는 내일 가서 이제 1차 면접을 시작해야 한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난 그날 밤 한숨도 못잤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고민할 것 없이 확실하게 합격한 00그룹의 00백화점에 근무하는 것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00전자는 내가 진심으로 가고 싶었던 회사다. 실은 대학교 리쿠르팅때 00백화점 인사팀에 면점을 주저했던 이유도 내가 원하던 회사는 바로 ‘00전자’였고, 향후 그 회사가 올 때 면접을 보리라 마음을 먹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 것 처럼 00그룹 채용사이트에 무심코 원서를 넣었던 것이 이날 저녁에 서류 합격과 함께 면접 통보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밤을 새하얗게 보내고, 난 그곳으로 향했다.
<4절>
00백화점 00점 영플라자는 주변 상권이 대학 상권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지척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 위치해 있고 이렇기에 대학생과 젊은 세대의 만남의 광장이자 젊음 그 자체이다.
나는 00점 영플라자에 영케쥬얼 파트에 업무 배정을 받았다. 영케쥬얼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패션브랜드들이 입점되어 있는 구획이고 그 곳을 영업 지원 및 관리하는 업무가 나의 출생 이후 처음 받은 업무이자 직무였다.
그리고, 영케쥬얼에 잘 어울리게끔 젊고 이쁜 여성분들이 많이 근무하고 고객으로도 많이 오는 여성 천국이었다. 나름의 행복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입점 브랜드 관리와 매장의 실적관리다. 우리의 주적이자 라이벌은 영케쥬얼 유통의 부동의 1위인 00백화점 00점 영플라자였다. 그곳의 실적과 지속적으로 비교해가며 최대한 비등하게 유지되어야 영업을 잘하는 것이고, 차이가 많이 나면 일을 엉망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실적 달성 및 유지를 위해서 브랜드 담당자와 입점한 직원들을 쪼아야 하고, 실적이 나오게끔 해야 하는 거였다. 실시간으로 00 영플라자와 우리쪽의 실적을 비교해가며 지속적으로 쪼아대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백화점에 입점하여 영업을 한다는 자체가 가치이고 긍지이므로 을의 입장이 분명하고, 백화점의 측에 있는 나는 갑의 입장인 것이다.
그치만 갑이라고 항상 멋지고 폼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5절>
“주임님! 매장에 껌이 떨어져서 바닥에 붙어 있어요. 빨리 가서 처리 좀 해주세요.”
“네?”
“빨리요..”
매장에서 어떤 아름다운 개새가 껌을 씹다가 매장 바닥에 뱉어 놓았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매너 있는 건 아니니까. 개새도 있고, 소새도 있는 거다.
그런데, 그 껌이 붙어있으면 자기가 떼거나 청소하시는 분께 이야기 하면 되지 꼭 나를 찾는다. 항상 나를… 찾는 그는 아니 그녀는 매장에 캐셔로 일하는 고참 선배급의 언니겸 누나이신 왕고 캐셔님이시다.
끌칼과 휴지를 찾아서 들고, 슈트를 벗고 그 참변이 발생한 장소(?)로 뛰어갔다.
‘아! 씨! 부레… 제대로 뱉어서 비벼놨다.’
끌칼을 온 힘을 주면서 밀어재껴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 끙끙대가며 밀고 또 밀고…
“00아!”
어디서 많이 들은 낯익은 친구놈의 목소리다.
고개를 들어서 쳐다보니 늙수그레한 표정으로 츄리링 차림의 금번에 00 CNS로 입사한 신삥 친구랑 어여쁜 여자 친구가 웃으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매장관리라고 하더니만, 청소도 하는 갑네?”
‘아이 씨부레… 하필이면 껌을 때는 상황에….’
“항상 이런 건 아녀….” 애써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멋 적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근데 이게 뭐 어때서???’
<6절>
플로어 매니져 즉, 층장이자 영플라자 대빵이신 과장님이 발렌타인 데이 아이디어 100개씩 내놔라고 하셨다. 그 아이디어라 함은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여서 어떠한 판촉을 하면 매출이나 판매가 쑥쑥 나올 것인지 제안하라는 것이었다. 다다익선!
나보다 몇 개월 일찍 입사한 선배들 둘이랑 함께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욕을 내뱉었다.
“아이 100개씩 이라면 뭐 아이디어 자판기도 아니고 이야기 하면 다되냐구?”
“옻갔다! 진짜루!~”
우리는 ‘ZOT같다!’는 말을 ‘옻같다!’로 나름 순화해서 화를 표현하곤 했다.
“진짜 진짜 옻같네!”
퍼져가는 담배연기에 욕을 실어 보냈다!
<7절>
“아이디어 내봐! 어서!”
00점 영플라자 지하 2층 직원 사무실에 영플라자 전체 직원이 모여있는 가운데, 차지철 과장이 침묵을 뚫고 내뱉었다.
일동 현충일과 같은 묵념의 시간과 같았다. 그 정적을 깨고 내가 나섰다.
“과장님! 이 이아디어 어떠신가요?(…)”
“괜찮네 해봐!”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바잉이 되는 순간이었다. 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매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각 브랜드를 다니면서 가장 이쁘고 동적인 마네킹을 보유한 브랜드 매장을 찾아갔다.
“샵마님! 여기 마네킹 본사에서 몇 개 더 지원해달라고 해주세요!”
“주임님 왜요?”
“다름이 아니고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해서 특별 이벤트를 하려고 하는데, 이 마네킨이 필요해서요.”
“실례가 안된다면 어떤 이벤트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본사에도 이야기 해줘야 해서..”
“네 각 브랜드에서 마네킨들을 지원받아서 저기 지하철 입구부터 우리 매장 주동선에 중앙에 마네킨을 하나씩 세울 예정이에요. 그리고 그 마네킨에다가 각 브랜드의 발렌타인 데이 선물용으로 제안할 가장 좋은 아이템을 풀 장착해둘겁니다. 그리고 그 마네킨 아이템 전체 혹은 부분 구매시 동시 할인 행사 하려구요.”
“괜찮네요. 본사에 이야기 할께요.”
그렇게 나의 아이디어는 현실화가 되었다. 신촌역 지하철에서 매장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영플라자 주동선 중앙에 각 브랜드의 가장 이쁘거나 동적인 마네킨과 영플라자 내 입점한 전체 브랜드의 발렌타인 데이에 선물로 좋을 만한 아이템을 마네킨에 풀 장착하였다.
“야! 역전이다. 역전!” 영케쥬얼에 파트장이자 대리님이 실적을 확인한 후 사무실에서 소리쳤다. 물론 모든 것이 나의 아이디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마네킨 전시 행사를 통해서
순간적으로 경쟁 00점 영플라자의 실적을 역전한 것이었다.
‘와 이 뿌듯함은 무엇??!!’
이런 것이 바로 성취감이자 보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거 다 치워! 누가 주동선에 마네킨 배치하라고 했어! 고객들 다니기 힘들게 당장 치워!”
의류패션팀의 최고 수장이자 부장님이 매장에 플로어 매니져인 우리 과장님께 호통치시는 장면을 지근에서 목격했다.
왠지 쇄한 느낌도 잠시…
“박주임 이거 다 치우라신다.”
“과장님! 이거 설치한다고 힘도 들었지만, 효과도 좋은 것 같은데. 보세요 사람들이 다들 마네킨 주위에서 상품들 보고 있잖아요. 반응이 좋은데…”
“부장님이 치우라잖아!”
“그치만……..”
‘왜 묻지도 않는 거냐? 왜 설치한건지? 효과는 있는 건지? 당연히 고객들이 모여들게끔하려고 한 거니깐 그 주변이 붐비는 건 어쪌수 없은 거 아닌가?’
그렇게 내 아이디어는 오픈 후 몇 시간 만에 클로징이 되었고, 실적도 함께 다운 클로징 되었다….
나는 그날 퇴근 후 다시 00전자 공채 사이트에 접속하였고, 응시를 위해서 인적사항을 입력한 순간,
‘당신은 응시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오류 아닐까 싶어서 몇 번을 해봤지만, 동일한 메시지가 뜨는 거였다.
몇 번을 한 후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였다.
내가 바로 블랙리스트가 된 것이다. 아마도 00전자 TV사업부에 별도의 연락없이 면접 불참이 이유였던 것 같다.
‘그 날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일까?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눈을 감았다.
<Outro>
잠시 감았던 눈을 뜨니 회의실 의자에서 천정을 바라보며 잠시 잠이 든 것 같다. 그리고 일어서서 보니 내 목에 명찰이 걸려 있다.
그 명찰은 다름아닌….
00전자 명찰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한참 지난 것 같은 어느날!
네이버 뉴스를 보니 영플라자 최과장의 발렌타인 데이 아이디어 100개 개갑질때 같이 담배를 펴대며 “옻같다!”라고 합창을 했던 몇 개월 선배가 00백화점 상무가 되었다는 기사가 보였다.
‘진짜 옻같네!’
- 1막 綜 -
작가 첨언..
『소설같은 논픽션입니다. 실은 제가 경험했던 삶의 조각들에서 잘못된 선택 혹은 되돌리고 싶은 경험과 장면
들을 반추해보려고 합니다. 연재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과 글이 타산지석이 되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