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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멘 Feb 17. 2022

개 같은 서른 하나

 몸에 받지 않는 술을 자주 마신다.

뒤늦게 알게 된 일탈의 재미다.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면 온몸이 빨개져 못생겨 보인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개강 파티 날 화장실에서 마주했던 내 얼굴은 홍익인간 그 자체로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첫 직장에서 술을 배웠다. 술을 마셔야 대화할 줄 알았던 국장 덕에 새벽 세 시까지 청주로 달렸다. 독하게 술을 배웠고, 즐겨 마신다는 의미를 몰랐다.     


 이직하고 아무도 술을 권하지 않고 나서야 술맛을 알았다. 내가 선택해서 마시는 술자리는 맛있고 재밌었다. 소주가 달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뒤늦게 알았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위드코로나로 술자리 제한이 풀리니 9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달에 5번 이상은 술과 함께했다는 사실을 건강검진 음주 체크를 하며 인지했다.      


 기억을 지우고 싶은 날, 위로받고 싶은 날, 걱정에 잠이 오지 않은 날, 매 순간 긴장하며 사는 나를 놓아주고 싶은 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 생각해보니 매일이었다. 난 올해 지독히 외로웠고 매 순간 위로받고 싶었다.     


 물론 마시고 나면 후회한다. 꿀떡꿀떡 목으로 넘어갈 때는 못 느끼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술을 나혼자 마신 것처럼 온 몸이 붉어지고 나서야 후회한다.


 집에 오자마자 벌게진 얼굴이 부끄러워 황급히 팩을 씌우고, 울렁거리는 배를 붙잡고 밤새 토하며 괴로워해도, 왜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 날들이 자꾸 찾아오는지.

      

 내 비록 한 잔만 마셔도 테이블에 올라온 술은 혼자 다 마신 것처럼 빨개지는 ‘알콜쓰레기’지만, 감히 술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못 해도 좋아할 순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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