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느 것 하나 특출 난 것이 없이 사는 지금의 나는 괜찮은 삶인 걸까..
사실 지금 뿐만은 아니야 학창 시절에도 그랬어.
특별하게 잘하는 것 없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거쳐
2년제 대학교에 진학해 간신히 졸업했어.
수개월간 입사지원서를 접수하고 탈락하기를 반복하며,
나는 그들의 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일까 의문을 갖기도 했어.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야.
생각해보면 성장하는 동안
사랑한다는 말보다 칭찬이나 응원보다
착하다는 말을 더 많이 들으며 살았던 것 같아...
그 말 뒤에는 꼭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했지만 말이야.
능력이 없으면 착하기라도 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기분이었어.
어쨌든 시간이 흐르니 내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고
열등감은 지독한 노력이 되었고,
그건 꽤 괜찮은 보수와 인정을 가져다주었어.
열등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더라고
뭐 노력도 노력이지만
착함을 벗고 지랄스러움을 입었더니 그제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일부러 찾아와서 응원도 해주더라고.
짜릿하고 좋았어.
뭔가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그런 대우들은 나를 죄책감으로 조금씩 몰아가더라.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거야.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러다가 그 사이에 껴버렸어.
말 그대로 콘셉트가 애매해진 거지..
만들어진 나와 그냥 내가 버무려져서 이맛도 저 맛도 아닌 그런 상태.
그 뒤로 나는 짧은 혼돈을 겪었고,
지금은 성숙한 열등자로 살기로 했어.
겸손한 건 아니야.
성숙하지 않은 월등감으로 사느니
성숙한 열등감으로 사는 게 내게는 더 맞는다는 거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거
뭔가를 계속 강요받고, 평가받고, 미안해지고,
그것으로 스스로 탓하고 좌절한다는 거 아는데
그럴 때 조금은 지랄해도 괜찮아.
시간이 지나 보니 나는 그리 열등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더라고.
독립적이고, 자생력이 있으며, 꽤 능력 있고 끈질긴 사람이더라.
그 열등감 덕분에 다른 기능이 엄청 좋아졌어.
펀치가 좋던가 맷집이 좋던가에서
나는 맷집을 선택한 거지.
어차피 지나가는 길목이야.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아니고, 그럴 때가 있는 거더라고.
지금 해야 할 일은 네 능력을 자책하는 게 아니라
네 착함과 인정을 이용하여 빌붙어사는 얍삽이 들을 거르고 버리는 거야.
생각보다 그 사람들은 가까이 기생하며, 부스러기를 먹으며 살지.
그게 마치 니 문제인 것처럼 옆에서 속삭이면서 비겁하게 말이야.
어차피 지나가는 길목이야.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아니고, 그럴 때가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