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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Oct 29. 2015

어머니의 빵봉지

추운 겨울.

새벽 4시가 넘으면 부시럭 부시럭

어머니는 빵공장으로 출근하신다.


출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후 5시쯤 되면

저 멀리 특유의 반짝반짝 세리머니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는 자주 보았다.


뭐가 그리 즐거우셨을까?


새벽부터 고된 하루 였을텐데

매번 환하게 웃으며 산동네 집까지 오르는

어머니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퇴근하는 어머니의 양손에는

늘 큰 봉다리에 팔다남은

여러 종류의 빵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얼핏 보아도 3남매가 먹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양이었다.


그 당시 정릉에서 빵공장이 있는 강남의 영동사거리까지는 족히 2시간은 걸렸으리라.

새벽에 출근해 종일 일하고

퇴근하는 길이 힘들고 고되었을 텐데

왜 매일같이 양손 한가득 남은 빵을 가져오셨을까?


집에 도착한 어머니는 빵 봉지부터 풀어 놓으신다.

나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 몇 개와 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빵도 몇 개 챙겨놓는다.


내가 그렇게 우선권 행사하면,

어머니는 흩트러진 빵을 다시 주섬주섬 담는다.


그리곤 옆집, 또 옆집

아랫 집 이웃할머니, 아이들이 있는 집들을 다니며

이웃에게 빵을 나누어 주셨다.

그렇게 한참 돌고 나면 그제야 방문턱에  걸터앉아

한숨을 돌린다.


그것이었을까?

매일 어머니를 웃으며 퇴근하게 했 던 이유가.


내 자식 빵 실컷 먹으라고,

산동네 이웃들 빵 맛 좀 보시라고

그게 당신 몸 피곤한 것보다 더 우선이었을까.

그게 그렇게나 즐거운 일이었을까.


아들자식 소풍을 가도

김밥을 스무 줄씩 서른 줄씩 말아

주변에 나누셨던 분이다.

 

어머니가 입으로 가르쳐 주지 않으셨지만

자연스럽게 배웠다.


없이는 살아도 인색하 살지는 말자.


지금 세상이 너무나 똑똑해져

필요한 만큼만, 필요한 사람에게만 나누는 게

현명하게 보이는 시대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자식에게 인색하지 않음을 보여주셨던

어머니의 가르침이 더욱 현명해 보인다.


잠이 들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어머니 였지만

새벽 빵공장 출근길을 마지막으로

하늘로 떠난 어머니지만
빵 두 봉지에  행복해하셨던

정 많고 웃음 많은  존경하는 어머니.


김문자 여사.


오늘도 어디선가

반짝반짝 세리머니를 하며

아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계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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