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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Dec 04. 2017

당신의 일터를 팔지 말아요

고집을 부렸다면 몇 년은 잘 다닐 수 있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름답게 살겠노라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당차게 걸어가 보겠노라고 선택한 이후로
나는 꽤 아름답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꽤 그럴듯해 보이는 삶으로 비치기도 하고, 
자극적인 기사가 필요한 기자들은 무례한 질문을 쏟아내고, 드라마틱한 답변을 요구하죠.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되는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겨서 
자의든 타의든 몸 담았던 일터에서 이탈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일부가 아닌 전부를 대체해버릴 것 같은 기세로 찾아왔고,  
갑자기 퇴근을 정시에 시켜줘서 좋기는 한데..
집으로 가는 발걸음에는 뭔가 안 한 것 같은 찝찝함을 지울 길 없고, 
바로 옆 동료들은 비밀스럽고 즐거운 어떤 것들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나는 멀뚱인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술이나 한잔 하자니 한심한 것 같아
편하게 놀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공기의 흐름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인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를 것 같은 그런 기묘한 시기에 

우리는 막연히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타이밍에 잠 못 드는 우리의 고민과 갈등은 시작돼요. 
뭐, 퇴사라는 게 지금의 일터에서 이탈하는 것일 뿐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겁낼 이유는 없지만 
그러기엔 지금만큼의 달콤한 '월급의 맛’은 포기할 수가 없어요.


신입의 퇴사는 경력이 되지만 
경력의 퇴사는 무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일이라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진지하고 신중한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어요. 


그래서 퇴사가 유행이라 따라가는 게 아니라면

아래 3가지 정도는 먼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로는 

지금의 일을 더 사랑할 수는 없는지 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다 끝나면 아파도 추억인데 
싫어서 끝나면 잊히지도 않는 악몽이 돼버리잖아요.  


두 번째로는 
백번 양보해 지금의 회사를 사랑해보려 했지만
마냥 지옥처럼 느껴진다면 그 원인이 회사인지 나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는 시간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보통 이경우 쌍방과실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퇴사의 이유가 명확해야 스스로의 결정에 
당당해지고, 뒤돌아 보지 않을 테니까요. 


세 번째로는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했다면
겁내지 말고, 그 선택을 스스로 믿어요.
당신의 선택이 그 어떤 훌륭이의 조언보다 훨씬 더 정확할 테니까요. 


만약, 자의적인 퇴사가 아니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부당한 것이라면 당당히 싸우면 그만이고, 
납득할 수 있다면 쿨하게 받아주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냥 지나가는 길목이에요.

아무리 급해도 퇴사를 유도하고,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지 말아요. 

그들의 사업에 당신의 일터를 팔지 말아요.
 

당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믿어주는 것이 
그 어떤 조언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현명하죠. 

무엇을 할지 보다 
어떻게 살지를 먼저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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