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김환기 두 남자를 사랑한 #김향안
애초에 풍류를 즐겼던 변가 부친이 지은 본명은 태어날 때 하늘에 떠있던 둥근 보름달을 따 동쪽의 옥구슬이란 뜻의 동림(東琳)이었다. 그녀는 시인 이상과 결혼했지만 3개월 만에 그의 죽음으로 과부가 되었다. 7년 후 지인의 소개로 전남 기좌도 출신의 수화 김환기를 만났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정이 텄고 재회했을 때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예물로 남편의 어릴 적 이름으로 살겠다고 했던 그녀는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내며 뜻을 이뤘다.
그녀를 설명하는 데 있어 내조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달리지만 스스로 뛰어난 문필가이자 화가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삶과 남긴 글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자신의 이상을 몸소 실현한 철학가이자 운동가였다고 생각한다. 암울한 근현대사를 거치며 예술에 열정을 바친 그들의 삶의 곡선이 오늘에 닿아 새롭게 펼쳐지는 사건들은 고무적이다. 산은 움직이지 않지만 만물과 사계를 품고 있고 넓은 바다는 세류를 받아들여 하나의 뜻으로 완성시킨다. 나는 그녀가 거산과 대양으로 그려졌다.
남편이 화가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은 절름발이 가정생활이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어와 미술평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환기 작가 스스로 아내에게서 하숙을 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조건 없는 헌신에 무엇을 두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녀의 인생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무조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역경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해결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림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조화 속에서 피어올랐다.
‘부디 건강하고, 부디 서둘지 말고, 부디 비굴한 생각 말고, 부디 초조하지 말고, 부디 격하지 말고, 부디 순간에 취하지 말고, 부디 선악에 매섭고... 나는 이러한 고국의 부탁을 되뇌며 샹젤리제 대로를 다시 활보해본다.' <김향안 에세이 중>
그녀가 남긴 이 짧은 글에서 어떤 자세로 삶을 이어왔는지 절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세느 강변을 거닐며 무한히 아름답고 무엇인지 모르게 갈망해지면 그것이 예술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했던 말로써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던 선물 같은 일상이 어떤 것인지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