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치킨이다
‘금요일이니깐 치맥이다’라고 생각했던 김은 잠시 가벼워진 지갑을 생각했다. 코로나 19로 휴직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한 달만 쉬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나왔던 회사였지만 결국 휴직기간은 3개월로 연장되었다. 소득은 반 이상 줄었고, 그만큼 그의 어깨는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유일한 낙인 ‘치맥 프라이데이’를 오늘만큼은 성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은 자주 시켜먹던 치킨집에 전화를 했다. 주문 어플을 통하지 않고 지역번호가 찍힌 가게 번호로 직접 연락하면 할인받을 수 있었다. 잔자렌지위에 미리 모아둔 500원짜리 쿠폰이 5장 보였다. 김은 주문을 마치고 ‘아는 것을 실행했다’는 사실과 지혜로운 생활인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뿌듯해하며 치맥과 함께 할 영화를 와챠에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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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비 아파트 4동 444호인데요. 고추대차 마늘양념세트 하나 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도착하는 시간까지 4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할인 쿠폰 다섯 장 있습니다.”
“네네, 그럼 2500원 할인해서 2만 원만 주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일회용품은 안 주셔도 됩니다.”
왠지 들떠있는 전화기 건너편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 혹시나 아는 사람일까 박은 잠시 고민을 했지만, 튀김기 알람 소리에 정신을 뺏겼다.
박이 치킨집을 한 지는 약 6개월이 되었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대기업 부장 출신이었다. 한 때는 촉망받던 인재에 임원까지 넘보던 그였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회사는 사정이 어려워지자 임원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던 박과 같은 부장들을 짐으로 바라보았다. 박은 눈치가 빨랐다. 회사가 마련해준 명예퇴직금이라도 챙기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몸과 영혼을 갈아 넣은 회사를 떠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어제까지 내 집처럼 편안했던 회사가 불편해지면서 나는 누구인가란 자신의 존재가치에 골몰했다. 수많은 생각과 다양하지만 어느 하나 뚜렷하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방황했다. 술을 마시는 횟수도 늘었다. 브랜드별로 치킨 맛을 평가하고 구분할 줄 아는 치킨 마니아 박은 치킨과 소주를 자주 찾았다. 방에서 혼자 먹고 마시거나 아무도 없는 가게에 슬쩍 들어가 서둘러 먹고 나오기도 했다. 치킨 마니아로서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치킨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어느 날 갑자기 박은 백종원이 티브이에 나와서 만든 치킨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라며 손뼉을 쳤다. 그는 곧바로 재료를 준비해 백종원 레시피에 자신이 생각했던 비밀 소스를 곁들여 치킨을 만들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는 자신의 입 맛에 딱 맞는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고추대차 마늘양념치킨’이라고 명명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깃발을 꽂듯이 박은 포크를 닭 옆구리에 높게 꽂아두고 스마트폰을 켜서 목표를 적어두었다.
‘퇴직 후 치킨집 오픈’
덕업일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 그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박은 속으로 생각하며 다시 닭다리 살을 뜯었다.
- 2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