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다시, 가을

사진첩

by 랩기표 labkypy

흔들리는 갈댓잎에 가슴이 쓸려가고, 텅 빈 하늘에는 무언가 나타날 것 같아 쳐다보게 되고, 책을 펼쳐 밑줄 긋고 외워보기도 하고, 담벼락 따라 뿌려진 색들은 설레고, 붉은 감이 맺힌 나무는 기다리던 그때를 맞이한 것 같아 나 또한 흐뭇해져 가던 길 멈추고 벤치에 앉아 보는 계절이 왔다.


처가 식구들과 함께 경주에 다녀왔는데, 주변 색들이 참으로 단아하고 침착하여 기분 좋았다. 지상이는 에너지가 넘쳐서 발 길 닿는 곳마다 먼지라도 일으킬 모양으로 뛰어다녔다. 마음씨 좋은 10살 아래 동서가 고맙게도 아주 살가운 이모부 역할을 해주어 고생을 덜었다. 어깨 넓이가 나보다 두배는 클 것 같은 그는 웃을 때, 듣기 좋은 ‘헷’ 하는 소리가 함께 나온다. 몇 주 남지 않은 아이 출산을 기다라고 있는 아빠라서 요즘 더 좋아 보인다.


경주는 언제 와도 좋지만, 특히 가을에는 그 매력이 돋보인다. 월성교가 사료를 통해 복구되면서 경주 최부잣집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성된 관광지가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애초에 목적한 바는 아니었지만, 사실 정해둔 건 칼국수 집 하나였지만, 단풍 보러 가는 길에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들린 곳이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한복을 빌려 입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띄게 많았다.


아직 단풍이 완전하다 할 수 없었지만,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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