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국의 젊은 부자들
적토성산(積土成山)이라는 말이 있다. 순자의 권학 편에서 나오는 말인데, 풀이하면 흙을 쌓아 올리면 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이 솟으면 바람과 비는 그곳에서 일어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결과는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어떤 목표를 향해 무엇을 쌓아 올리고 있는 것일까.
단단한 돌무지를 호미로 일구는 꼴 같다.
각자도생. 20~30대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다. 사회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자란 세대다. 다양한 경로로 부딪히고 전해 듣는 386세대의 특혜와 꼰대적 발상과 발언들. 이념에 치우쳐 실리는 등한시하고 편을 나눠 서로가 정의라고 다툰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 모두를 기득권이라고 비웃고 지긋지긋한 그들만의 리그를 떠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취업마저 포기하고 무기력증에 빠졌다. 세대 간의 소통이 사라졌다. 경쟁은 성장이 아니라 소모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 모두가 단단한 돌무지를 호미로 일구는 꼴 같다.
우리의 목표가 경제라면 쌓아 올릴 토양은 혁신과 창업이 분명하다. 그 주체는 모든 국민이다. 하지만, 남녀노소가 여러 이유로 분열되고 대치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일궈내야 하는 목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진짜 중요한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업들에 유한 정책을 펼치고 때로는 채무를 탕감해주는, 지금으로서는 어이없는 정책까지 펼쳤던 시절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들리고 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이야기들. 공정을 부르짖는 이 시대에 다소 어이없고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게라도 간절히 소망하는 그 무엇을 하늘이라도 듣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불합리하고 어려운 환경을 질문으로 바꾸고 해결책을 찾으라는 메시지
책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중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 대표의 창업기를 적어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탄센트) 세대 이후인 80~90년대생 이야기들이다. 드론계의 강자 DJI 왕타오 대표부터 총 13명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어떻게 공부했고, 어떤 계기로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무엇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어 갈 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제목이 '부자'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빌렸지만, 부자가 되기 위한 흔한 사실관계를 나열한 것은 아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인문학적이고 경영학적인 요소로 환원하여 더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부부 경제학자가 쓴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신의 자식과 우리나라 20~30대 청춘을 포함하여 다양한 민관단체의 관련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에 걸맞다.
예를 들면 인터넷 교육 업체 하오웨이라이 창업자 장방신. 가난해서 과외와 학원강사를 하며 생활을 이어간 베이징대 학생이 그의 경험을 사교육이라는 큰 틀로 바라보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중국의 사교육 시장과 문제를 비즈니스로 연결했으며 모두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고자 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가치를 추구했다. 단점을 강점으로 바꾸고 한 우물을 판 노력 때문이었다. 그것은 미국의 맥도널드 사장이 파트타임으로 시작한 일화로 연결되어 우리 젊은이들에게 불합리하고 어려운 환경을 질문으로 바꾸고 해결책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들의 수준 높은 비전을 전달하는 예는 많다.
206:6. 중국과 한국의 유니콘 기업 비교 지표다. 기술력은 언제나 우리가 앞설 것이고 중국의 수준 낮은 대중문화는 조롱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우리의 자만이 불러낸 결과다. 모든 일의 출발은 스스로 무지한 것을 알고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비워있기에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것을 잘 알았다. 최소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젊은 대표들은 그랬다. 그리고 중국의 어른들은 다양한 지원을 통해서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산이 솟자 바람이 불고, 물이 들어오자 배가 떠올랐다. 과연 우리도 부족했기 때문에 다 같이 함께 밤낮을 새워 일을 하며 목표를 달성했던 기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게 진짜 칭찬할 일인가?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창의, 창신, 창업' 1번지 광둥성 선전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을 하는 청년들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묻어 나올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교육은 뒤쳐져 있고, 창업은 절벽 아래 안전장치 없이 뛰어드는 꼴과 같다. 젊은 패기와 아이디어를 보고 5분 만에 투자를 결정한 샤오미의 레이쥔 대표같은 사례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에서는 아직 여물지 못한 아이디어를 비웃는 40대 투자사 임원의 꼰대가 판을 쳤다. 우리의 현실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가 쌓아 올려야 할 토양인 창의와 혁신의 중심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성장은 기존의 사업을 유지하고 크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바꾼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기존의 틀을 덧 씌우고 있는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주고 싶은 것일까. 부모를 이기지 못하는 아이는 성공을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말 잘 듣고 바라는 대로 커준 아이를 칭찬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그게 진짜 칭찬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