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박항서 매직

잡담

by 랩기표 labkypy


잡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해서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다. 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 추위에 두꺼운 옷을 찾아 꺼내 입는 것처럼 평소보다 두텁게 맘을 챙겨서 담담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가득 찬 생각에 머릿속은 뒤가 마려운 것처럼 간질간질하게 신호가 왔지만, 좀처럼 덜어내기 힘들었다. 막힌 배출구는 고통을 가져다 줄 뿐, 무엇으로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생각을 멈춘 것이 아닌데, 왜 글이 멈췄을까. 삶이 멈춘 것이 아닌데, 왜 꿈꾸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그저 스쳐갈 뿐이다.

새로운 정책들이 삶을 변화시키고 험한 뉴스는 기분을 더럽혔다. 때로는 불만이 터져 나와 거리를 휩쓸고 다녔지만 나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로 바빴다. 하지만, 바쁘다고 해결되지는 않았다. 외부에 의지할수록 안정되기보다는 더 불안하고 팍팍해질 뿐이다. 잠시 내려놓고 명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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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 정신없는 출근길 끝에 도착한 사무실에서 기분 좋은 아침을 여는 나만의 방식은 그대로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머뭇거릴 때도 있다. 하지만 곧 제자리를 찾는다. 웃음이 사르르 번지고 짜증 나는 일에도 그냥 허허 하고 넘긴다.

그러다 모니터에서 박항서 매직이라는 기사가 보였다. 매직이라는 글귀가 기적이라고 읽힌다. 기적이 필요한 곳이 박항서인지 베트남인지 축구계인지 우리나라인지 아니면 우리집인지 모르겠지만 마법 같은 순간들이 계속 나타나니 다행인 것 같다. 그로 인해 위안받는 사람은 한 둘 있는 모양이니 그것에 더 큰 의미를 두자.

내용을 살펴보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게 되었단다. 60년 만이라고 한다. 그 중심엔 박항서 감독이 있었다. 늦깎이 성공 스토리에 투박한 젊은이의 희망을 담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의 말년은 화려하다기보다는 멋있는 것 같다. 인기는 금방 사라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성어도 떠올랐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있고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금이 아닌 다른 순간에 허비하면서 살았던가


박항서 감독 또한 2002년 정점을 찍고 여러 학교와 지방 구단을 떠돌며 걱정과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모두가 꺼려하는 동남아 국가까지 쫓기듯 내몰렸을 때 한 남자로서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연연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해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있지도 않은 제자리를 찾느라 힘을 빼기보다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 모두가 아니라고 했던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작은 것부터 하나 둘 바꾸자 스스로도 변했다. 명장 박항서. 위인 박항서. 최고의 외교관 박항서. 그는 신화가 되었다.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든 불만이 많을 것이 뻔하다. 난 왜 저러지 못할까. 난 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까. 난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 이런 것들 대신에 그냥 하나의 질문을 던져 본다.

나는 왜 이렇게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모든 것은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



얼마전에 인상깊게 봤던 영화 ‘아이리시맨’에 영감 받아 쓴 곡을 공유합니다... 이로써 이 글은 완벽한 잡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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