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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킴 Feb 20. 2021

노오력해도 안 되는 헬조선, 해외이민은 행복할까?

해외 취직, 해외 이민 전에 생각할 것들

탈조선을 꿈꾸다 


   

 출퇴근의 지옥철, 직장에서의 수직적 서열제도와 극한 경쟁,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한국사회, 개인의 의사가 무시되는 심한 집단주의. 이 사실 만으로도 탈조선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용기를 내어 사표를 제출하려면 말리는 가족, 내 편이라 여긴 든든한 지원군마저 눈물로 호소하는 상황도 생긴다.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힘겹다. 변하지 않는 교육제도, 아이가 자랄수록 사교육비는 갈수록 높아지고, 은퇴 후 삶을 준비할 여력이 없다. 더는 '노오력'('노력하라'라는 꼰대의 말을 비웃는 조어)'을 하더라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줄지 않는 이념, 세대, 남녀 간의 갈등과 혐오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싫어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한 바람도 강해져서 깨끗한 공기를 찾으러 다니는 '에어노매드 (Air Nomad)족'이란 말까지 생겼다.      


 한국의 취업 문제는 전 세대에 걸쳐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헬조선', '지옥불 반도'라는 말을 쓴 지 벌써 7년이 넘어간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시대'의 합성어다. 취업도 힘들고 삶도 팍팍한 지옥에 가까운 한국사회,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고 지적할 때 자주 언급한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19년 12월 1,000명 (Z세대 500명, X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Z세대 70%, X세대는 37.8%가 '한국은 헬조선이다'에 '그렇다고' 답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진행한 전화와 대면 방식 심층 인터뷰가 있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 정모(24)씨는 "조선이란 건 계급 차이가 있는 사회인데, 여전히 그런 신분 제적인 성격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떤 때보다 더 분단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분화로 직장인의 계급이 나뉜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이 있어도 40대 이후에 앉아 있는 그 자리도 언제 권고사직, 권고 퇴직이 될지 몰라 항상 불안정하다.      



해외이민 고민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해외이직이나 해외이민으로 향한다. 매경 이코노미가 진행한 전국 30·40·50·60대 이상 해외이민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2%가 '해외이민을 고민해 봤다'라고 대답했다. 이민을 꿈꾸는 이유로는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견이 다수다. '해외이민을 생각해 본 이유’를 물어본 결과 ‘한국의 지나친 경쟁 분위기(58%)'가 첫 번째로 꼽혔다. 이어 '자녀 교육(43.1%)',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36.8%)',‘심각한 빈부 격차와 소득 불평등(34.7%)’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사람도 28.1%나 됐다.      


 반대로 한 번도 해외이민을 생각해보지 않은 응답자는 '타지 생활의 고달픔(50%)'.'언어·음식 등 문화적인 장벽(46.4%)'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기 때문에(42%)’라고 말한 응답자도 상당수다. '인간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28%)'.'총기·마약 등 해외 취약한 치안 문제(22.3%)’를 꼽은 이도 적잖다. 


2019년 SBS 뉴스토리에서 방영된 '신(新) 이민 신드롬'에서 인터뷰한 분들을 보면 역시나 이민을 가려는 이유가 거의 비슷하다. 예전에는 생존을 위해 이민을 하였지만, 지금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며 외국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를 누리고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10개국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나본 많은 한국 분들의 공통된 표현이 있다. 해외 취직이나 해외 이민을 하신 분을 제외하고 해외 취직이나 이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의 표현이다. '한국은 돈만 있으면 제일 살기 좋은 나라죠.'이다. 과연 그럴까? '돈'만 많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인 게 맞을까?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가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이런 질문에 <한국이 싫어서>가 어느 정도 우리의 막연한 해외 취업이나 해외 이민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잘 보여준다 생각한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_장강명 저 <한국이 싫어서> 소설 중에서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두고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학벌, 재력, 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 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아가는 나이불문의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거침없이 한국사회의 폐부를 드러내면서 주인공 계나는 첫 시작은 도피였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20대 후반의 이야기가 얼마나 우리와 연관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 소설은 소설 같지 않게 우리가 한국에서 전 연령대에 생각해 봤을 어려움과 고민을 아주 깊게 한 작가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주기 때문에 관련이 깊다.     


 "탈조선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사람들이 타인을 불행하게 하면서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직장 상사와 직원들의 갈등, 왕따 문화가 생기는 이유까지도 자신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들이라고 얘기한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고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 되는 불행의 쳇바퀴다. 아픈 사람들이 한국에 많다는 사실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자발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데 무엇이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일까?      


 외국 생활만이 모두의 정답이 아님을 이 소설에서도 얘기한다. 20년이 넘게 해외에서 살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타국이라 하여 고난과 역경을 피해 갈 수 없다. 10개국을 살아본 내가 도달한 결론은 완벽한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었다. 책에서도 표현되지만 주인공이 겪은 끊임없는 인종차별, 취업 문제, 비자 문제, 언어의 장벽은 실제로 내가 겪었던 것보다 더 얌전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과대한 경쟁을 겪지 않아도 되고, 계급으로 분단된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가진 게 없어 억울하고 돈이 성공의 척도라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은수저론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을 기반으로 사람을 환장시키지 않는다. 


미국, 유럽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성공의 척도가 돈에 집중되어 무엇을 가졌느냐? 만으로만 전부가 판단되지 않는다. 반면 아시아 특히 중국, 일본, 싱가포르는 외적으로 가진 것에 대한 성공의 척도가 좀 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강한 것 같다. 여행이 아닌 이민은 현실이고 겪어내야 하는 상황들이 도처에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그 마음을 절실하게 잘 표현해 준 소설이다.           



재미없는 천국 vs 재미있는 지옥 



 앞서 얘기한 ' 이민 신드롬'방송에서 캐나다에 사시며 한국을 오가고 계시는 분의 말이  와닿았다.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다'.



 해외 이민과 해외 직장이 환상에서 현실이 되면 하루하루가 도전이고 자기의 틀을 깨고 나와하는 날의 연속이다. 그래서 해외이민  새로운 환경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 적응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편으론 ' 나은 삶을 위해 왔는데' 기대와 맞지 않는 삶으로 역이민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2016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해외이민은 특히나 팬데믹 대응을 보고 한인을 포함, 이민자들이 이민 국가 1위로 뽑혔던 시기에 미국을 갔지만 이젠 미국을 떠나는 '아메리카 엑소더스 (America exodus 탈 미국)'현상까지 나타내고 있다. (오픈 서베이에서 2019년에 진행한 해외이민 일반인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오세아니아인 호주, 뉴질랜드가 37.8% 북미 지역인 미국, 캐나다보다 30.5% 희망하는 이민 지역으로  높게 뽑혔다.)     


  상반기 (2020 1~6)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은 581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6~12 444) 비교하면 무려 12 이상 급증했다. 대부분은 20~30 이민자들로 자녀를  키운 노부부나 건강 문제로 한국에 나가려는 주된 이유라 말했다. 팬데믹 사태와 맞물려 한인들이 역이민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주로 의료 서비스의 , 언어 장벽, 이민 생활의 경제적 어려움, 이민법 강화에 따른 애로사항, 노후 대책 미비, 노약자의 경우 자가운전의 어려움, 모국에 대한 향수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난 해외 이직이든 해외 이민을 선택하든 부딪혀 경험해 보고 결론을 내는 것이 그 과정이 어찌 되었든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에서 경험하는 헬조선과 또 다른 형태로 한국 밖에서 경험하는 탈 미국, 역이민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사전 자료 조사를 꼼꼼하게 하길 바란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디에 살기로 결정을 했든지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알고 있을 때 그 장단점을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 혹은 절대 받아들일지 않을지 취사선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에게는 지옥이어도 나에게는 천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나에게 지옥이어도 남에게는 천국이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요소와 견뎌낼 수 있는 한계점을 잘 알수록 실패하는 해외 이직, 해외 이민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후회할 결정을 했다고 의심하며 살지 말고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면 무엇이라도 배우고 그게 삶의 영양제가 된다. 가장 큰 수확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가치관을 믿는가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의 기회를 얻고 나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남는 힘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주위환경과 시스템은 삶을 살아가는데 행복감을 느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남보다는 좀 더 잘하는 전문적인 능력과 자신의 가치가 정확하지 않고 언어가 받쳐지지 않은 탈조선은 어느 나라를 가도  나은 삶으로 발전될  없다는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 혹은 그런 것이 없더라도 이루고자 하는 정확한 목표를  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와 끈기를 행동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  자신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흔들리지 않을 정확한 가치관'만큼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한국에서 격지 않을 익숙하지 않은 고난과 역경을 얼마나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헤쳐나가는가 하는 오픈 마인드셋 역시 필수다


 내가 들은 사람들의 조언은 미래에 대한 대비보다는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대책이 없다'라고 비난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즐기면서 살아'라는 말을 한다. 결국은 어떻게 살든 남들은  삶의 방식에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인데 내가 어떤 삶을  것인가에 대해 남의 동의도, 눈치도, 허가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믿고 꿋꿋이 밀고 나갈 수 있다면 발을 딛고 사는 곳이 한국이 되었든 외국이 되었든 살아남을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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