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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Jan 31. 2024

글이 잘 안 써질 때 2. 문장을 잘 쓰는 방법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11화>

문장을 잘 쓰기 위해선 글을 많이 읽어봐야 한다.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어떤 문장이 자신의 취향인지, 자기 스타일에 맞는 문장을 읽으면서 배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이 읽고 나서, 많이 써본다면 자연스레 좋은 글이 나오게 된다. 처음에는 불만족스러운 문장이 나올지라도, 글을 여러 편 써 보다 보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에도 들어갈 수 있는 문장이 나오게 된다.


이 것이 왕도지만 내게 글을 가르쳐달라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빠르게, 쉽게, 좋은 문장을 쓰길 원한다.


오늘은 '문장 쓰는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쉬운 방법'에 관하여 짧게 글을 써볼까 한다.


자신의 문장이 맘에 안 든다면서 빠르게 좋아지길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태까지 문예창작과가 무슨 학과인지 모르고 살다가 대학을 가기 위해 갑자기 실기시험을 치게 된 학생'이거나 '소설이나 시가 아닌 글을 빠르게 써야 하는 사람(예를 들자면 레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취업준비생)'이다. 


평소 소설을 포함하여 글을 거의 읽지 않은 이들은 문장 하나를 완성하는데도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힘들게 완성한 글을 한 번 읽어보다가 절망스러워하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하던 내용이 문장으로 잘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늘 이야기해 준다.

이 세 가지만 해도 문장이 많이 좋아져 보일 것이라고.


미리 말해두지만 아래의 방법은 '좋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에 어울리는 문장을 쓰기보다는,

초심자들이 빠르게 과제물을 쓸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1. 문장 짧게 나눠 써보기


처음 글을 써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긴 문장을 적는 것이다.


'저 여자는 서둘러 다가가는 버스에 몸을 던지며 일상의 속박을 피해 가듯이 보였고, 저 노인은 무릎을 꽉죄며 손자와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실제 학생의 과제물에서 나온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문장이 굉장히 긴 편이다.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무너지게 된다. 위의 문장을 주술관계를 고려하며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보겠다.


'저 여자는 서둘러 플랫폼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플랫폼에 도착한 버스에 가까스로 몸을 던져 넣는다. 마치 일상의 속박을 피해 가는 듯이 보였다. 플랫폼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은 무릎을 꽉 죄고는 손자를 안고 있다. 무릎 위에 앉아있는 손자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는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학생은 버스가 오고 가는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어 했다. 처음 문장에서는 여자가 마치 버스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자살행위처럼 보이기도 하고, 노인이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있는지도 애매했다.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 긴 문장을 여러 문장으로 세밀하게 나누어보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도 확실하게 드러나며, 읽기도 훨씬 편한 글이 된다. 


2. 두괄식, 미괄식 익히기


두괄식과 미괄식의 앞글자는 한자로 머리 두, 꼬리 미이다.

두괄식은 머리(글 앞부분)에 중요한 내용을 쓰는 것이고, 미괄식은 반대로 꼬리(글 뒷부분)에 중요한 내용을 쓰는 것이다.  


타인에게 빠르게 내용전달을 하는 글(예를 들자면 자기소개서)은 두괄식으로 하는 것이 좋고, 

자신의 의도를 나중에 보여줘야 하는 에세이나 소설 같은 글은 미괄식으로 쓰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 한 문단의 주제가 담긴 문장을 먼저 써봐라. 그리고 그 문장을 문단의 처음이나 끝에 배치를 하고 나머지 부분을 채워보아라. 그러면 좀 더 정돈된 글이 나오기 마련이다.


3. 연결이 잘 되는 단어를 골라 쓰기


글쓰기를 연구하다 보면 '응집성'과 '응결성'이라는 단어와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치거나 연구대상이 되는 텍스트를 분석할 때도 나오는 이 전문용어를 쉽게 말하자면 글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이 표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관계 지표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두 가지만 유념하면 된다.

-앞 문장과 뒷 문장이 잘 이어지는가?

예를 들자면 뒷 문장에는 앞 문장과 이어지는 접속사나 비슷한 단어 표현, 혹은 의미가 연결되는 표현들이 있어야 한다. 


'일순이는 어제 밤새도록 게임을 하며 놀았다. 밤새 게임을 한 탓에 너무 졸려서 수업시간 내내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학교에서 본 쪽지 시험에서 일순이는 0점을 받았다.'


이 세 문장은 의미가 이어지는 문장들이다. '게임'이라는 단어를 통해 앞과 뒤 문장이 자연스레 연결되고, '게임'이라는 단어 없이도 '그래서'라는 접속사로 인해 뒷 문장과 앞 문장이 잘 연결된다.


2번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제'를 드러내는 문장을 문단의 머리나 꼬리에 배치하고, 그 주제문과 연결되는 내용의 단어들을 사용하여 문장들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학생일 때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소설을 필사하기도 했고, 선생님께 혼나가며 맞춤법이랑 비문을 고치곤 했다. 


하루아침에 문장이 좋아지길 바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고, 그런 것을 내게 부탁할 때마다 나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빠르게 글이 좋아져야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기에 간단하게 문장이 좋아지는 법을 알려주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나중에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알려주는 요령보다도 더 다채롭고 재밌는 방법들이 소설책 한 권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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