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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Mar 28. 2024

슬럼프를 다루는 방법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15화>

창작을 하는 이에게 가장 큰 적은 바로 '슬럼프'다.


슬럼프가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개인의 게으름이나 나태함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일상이 너무나도 바빠 체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건강의 이상 때문에 집중을 하기 힘들고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창작을 할 때도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한데, 불규칙하게 살아서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슬럼프는 마음의 변화 때문에 오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열심히 노력하여 작품을 완성하였는데 공모전에서 늘 낙방할 때, 동료나 지인의 멋있는 작품을 보았을 때, 내 작품이 너무나도 하찮아 보일 때.

그 외에도 이유 없이 그냥 창작이 하기 싫어질 때도 있다.


슬럼프는 왜 오는지 정확한 이유가 없고, 자기 자신이 조절하기 힘든 문제이기에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이며,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실기 시험이나 공모전, 작품 마감이 코앞에 다가온 작가들에게 '슬럼프'가 올 때도 있다.


이 시기에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하면 창작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고,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해 신용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고, 좌절을 겪게 되어 글을 쓰는데 자신감을 잃고 절필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경험해 본 슬럼프 극복법 중에서 효과가 좋았던 것들을 위주로 소개해보겠다.


1. 건강한 생활하기

누구에게나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창작자에 일상에는 '필요한 운동', '양질의 취침', '영양가 있는 식사'가 확실하게 들어가 있어야 한다.


아기를 낳고 내가 최악의 슬럼프를 겪게 된 이유는 무너진 루틴으로 인한 건강 악화였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육아를 해도, 예민한 아기 하나 키우는데 어른 여럿이 죽어나갔다.

쪽잠을 자며 아기를 돌보고, 식사는 아무 때나 자극적인 음식으로 먹고, 늘 피곤하단 이유로 운동은 하지 않았다. 수면부족 때문인지 출산영향인지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겼고, 부정맥까지 생겼다. 늘 빈맥과 피곤함에 시달려야 했고, 웹툰조차 못 읽을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점점 살이 찌며 몸은 무거워져 갔고 늘 뼈마디가 쑤셨다. 빈맥이 오는 날에는 늘 누워있어야 했고, 어느 순간부턴가 점점 빈맥이 오는 횟수가 늘어나더니 일어나 있는 시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글을 쓰기는커녕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수면과 식사 패턴이 잡히고, 아이의 울음도 담담히 넘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고,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생활 패턴이 생기고, 갑상선약을 먹고 심장시술을 받으면서 차근차근히 건강을 되찾았다. 


일주일에 에세이 한 편 쓰기도 힘들었는데, 시술이 끝나자마자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이 되었다.


창작자에겐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든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된다. 나는 이 사실을 몸으로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고 말았다. 


개인 PT나 필라테스도 좋지만, 돈과 시간이 없다면 짧게 산책이라도 하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것이 아니라 동네 구석구석 풍경을 살피며, 주변 소리를 들으며 걸어보자. 매일 안 좋은 자세로 앉거나 누워있던 몸을 움직여야 한다. 디스크 예방도 되고, 아프던 허리나 골반, 무릎도 유연해진다. 


똑같은 풍경은 어디에도 없다. 똑같은 장소를 걸어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다른 계절과 공기를 접하기도 한다. 매번 달라지는 풍경 아래 산책을 하게 되면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산책은 여러모로 작가에게 좋은 운동이 된다.


'산책이 무슨 운동이 된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일 컴퓨터 앞에서 앉아서 거북목을 한 채 글을 쓰는 작가의 건강을 무시하지 말라. 산책조차도 이들에게는 아주 큰 운동이 된다. 산책도 좋고, 스트레칭도 좋다. 최대한 몸을 자주 많이 움직이는 것이 창작자에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어린 나이에 이걸 못해서 지금 몸이 아주 엉망진창이 되었다.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다.   


성인의 나이가 되었다면 병원을 가까이하자. 피검사만 해도 여러 가지 병을 알 수 있다. 특히 갑상선 이상은 한 번 겪고 나니까 알겠다. 갑상선 호르몬은 집중력과 체력 저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함 들다면, 영양제라도 꾸준히 챙겨 먹도록 하자. 비타민C와 비타민D, 유산균 정도만이라도 챙겨 먹어보자. 체력이랑 집중력이 안 좋은 상태면 분명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할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 많아서, 혹은 스마트폰으로 보는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잠을 줄이게 된다. 나는 이게 '단명'과 '건강 악화', '집중력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나는 야행성이라서요.'


핑계를 대지 말고, 최대한 저녁시간에 7시간 이상은 자보자. 규칙적으로 양질의 수면을 택하게 되면 나의 인생에도, 작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성취감 느끼기

나는 쿠키를 만들거나 설거지를 할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을 느낀다. 정확한 계량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결과물이 나오는 베이킹이나, 쌓여있는 더러운 그릇들이 씻겨지는 것을 보며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는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성취감을 느끼긴 쉽지 않다. 완성을 하기도 어렵고, 완성을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큰 마음을 먹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안 달릴 수도 있고, 오랜 시간 준비하던 공모전에 가장 열심히 쓴 작품을 냈는데 예선조차 통과를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공모전에서 상을 받거나, 좋은 댓글을 받는 것보다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즐겁게 쓰고, 열심히 쓰다가도 이럴 때는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슬럼프란 녀석은 이런 작가들의 마음속에 꽤나 오래 자리를 잡고 눌러앉는다.


채찍질을 당하는 말은 빠르게 뛰기 마련이고, 당근을 받아먹은 말은 다음 날 뛰기 위해 편히 쉴 수 있다. 채찍질만 당하는 말은 지쳐 쓰러지게 되고, 당근을 받아먹지 못한 말은 그대로 말라죽게 된다. 


계속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게라도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좋아하는 디자인의 탁상 달력을 사서 '글'에 관한 것만 적는데 쓴다. 

오늘 얼마큼의 글을 쓸 것인지, 어떤 책을 얼마큼 읽을 것인지를 간단하게 달력에 적어 넣는다. 

하루에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압박이나 부담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단 하나라도 좋으니 오늘 꼭 끝마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놓고, 완료한 일에는 표시를 한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완료 표시가 많은 그 달의 달력을 본다. 그러면 내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음 달에는 좀 더 열심히 해야지 라는 원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몇 달의 한 번씩 큰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다. 

아무런 목표 없이 그냥 글을 쓰면 나태해지기 마련이고, 쉽게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공모전도 괜찮고, 백일장도 괜찮다. 연초에 너무 많지 않게 그 해에 나가고 싶은 공모전이나 투고 목표를 정한 다음, 목표에 맞춰 글을 쓰다 보면 즐겁게 쓸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슬럼프가 와서 힘들다면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큰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에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거나, 먹고 싶은 것을 먹으러 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자신을 위한 보상을 준비해 보자. 

채찍만 계속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가끔은 당근이 있어야 일을 할 힘이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 '미카코'에서 주인공 미도리카와가 그림을 그리며 초조해하자 미술선생이 이런 대사를 한다.


'슬럼프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요새 계속 저조한 거 알지? 난 슬럼프의 프로니까 잘 알아!'


그러며 이어서 말한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을 전부 다시 볼 것, 무조건 그릴 것, 그래도 안되면 한동안 붓을 놓을 것.'


나는 이렇게 슬럼프를 단순하고 깔끔하게 설명하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맞는 말이다. 어린 나이에 이 작품을 접하고, 나는 슬럼프를 대할 때마다 이 만화의 장면을 떠올린다.


'멈추지 않고 뭐가 되든 무조건 써볼 것, 그래도 안되면 다시 쓰고 싶을 때까지 쉬어볼 것.'


슬럼프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고, 가끔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꾸준히 열심히 쓰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몸과 정신은 피로해지기 쉽다.

한 걸음 뒤에서 내 작품을 바라보고, 잠시 쉬면서 몸과 정신을 최고의 상태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게을러도 슬럼프는 오지만, 혹사당하고 지치고 상처 입은 사람에게도 슬럼프가 온다.

잠시 쉬었다가 가보면 창작의 시간이 더 달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슬럼프도, 휴식도 결국은 성장에는 필요한 것이다.

열심히 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이 잘 안다. 여유가 된다면 잠시 쉬었다 가보자. 

슬럼프를 다룰 수도 있고,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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