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이토엔 (伊藤園, ITO EN, 1947~ )

お茶で人と人をつなぐ

오차데히토또히토오츠나구


つなぐ의 한자는 한국어에서는 맬 계(繫)자로 배를 밧줄로 매어 두다 할 때의 계류繫留에도 쓰이고, 연결, 연락의 뜻인 연계連繫에도 쓰인다. 한자의 어원을 보면, 수레 두대를 실이나 밧줄 등으로 묶어서 붙어있는 형상을 나타내는 글자로 '떨어진 것을 서로 이어 붙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手を繋ぐ (손을 잡다, 테오츠나구), 命を繋ぐ(목숨을 잇다. 이노치오츠나구) 등으로도 사용되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떨어져 있는 것을 하나로 이어서 연속된 상태로 만들다'라는 이미지를 가진 동사이다. つなぐ가 사용될 때에는 원래 하나였거나, 이어져 있는 것이 어떤 이유로 떨어져 있을 때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만드는 느낌이 강하다. 단순히 붙여 놓는다는 느낌보다는 앞뒤를 이어서 '연속성, 관계'를 회복하거나 유지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つなぐ는 차에 딱 어울리는 단어이다. 차는 이제부터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이어주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온다 간다 말없이 집을 나간 아내를 어렵게 찾아내서 차를 한잔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때 '차로 이어지다.'라고 할 수 있겠다. 꽤 오랫동안 침묵이 흐르겠지만 차는 그 사이에서 온기를 잃어가면서 빈 공간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작은 세일링 요트로 남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백인 선장과 동양인 선원간에 심각한 인종차별로 갈등이 첨예해졌을때, 그래서, 배밖으로 쫓겨나 상어밥이 될 위기의 순간에 화해의 시간을 어렵게 마련해서 홍차 한잔을 나눌때에도 '차로 이어지다'라고 할 수 있겠다.


차는 그럴 때, 그런 사이에 놓여 잇고, 관계를 회복하고, 더딘 대화를 어렵게 어렵게 끄집어내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차인가 보다.



10여년 전 차 전문 회사의 가업승계를 도울 때가 있었다. 2세 후계자는 아버지 회사에서 만든 유자차를 들고 세계 식품박람회 등을 다니면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의 임원들은 2세의 외유를 못마땅해했다. 차는 로컬 음식일 뿐이고, 국제화하기 힘든 제품이니 헛돈 쓰지 말고 국내에 남아 열심히 회사일이나 배우라고 다그쳤다. 갈등이 심해졌고, 회사를 함께 일군 고참 임원들과의 인화를 이루지 못하는 후계자를 아버지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가끔 그때 회사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아보지만 다시는 그 회사이름으로 팔리는 티백 제품이나 유자차를 만날 수가 없다.


그 회사의 오너 경영자를 처음 만났을때에도 차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마가 한창인 무더운 7월이었다. 60년도 더 된 소년시절 창업스토리를 시작으로 2주에 걸쳐 아주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세와 2세가 가업을 잇는 일을 돕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긴 회사와 창업가의 인생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 하는 뜻이 담겨있었다. 그때도 차를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난 이들끼리 인연을 이어보려 애썼던 것 같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차회사로 이토엔(伊藤園)이 있다. 1966년 자동차 영업사원이었던 이토 히로카즈(伊藤宏一) 대표와 그의 형제가 창업한 회사로 2024년 기준 매출 4,727억엔 영업이익 229억엔을 달성한 차로 성공한 기업이다. 이토엔도 가업형태로 경영자 교체를 이루기 보다는 상장 이후에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차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이토엔의 경영철학은 차로 어떻게 대기업을 이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오이오차(お~いお茶)와 TULLY'S 커피가 있다. 1985년 세계 최초 플라스틱병 녹차음료를 출시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차는 원래 덖고 우려 마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혁신'이었고, 맛있는 차, 교양있는 자들의 고급문화의 상징인 차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더 잘 잇는 역할에 충실하게 하기 위해 차를 플라스틱병에 담아 사람들품에 안기게 해준 것이 이토엔이었다.


이토엔 오이오차.jpg 출처: 이토엔 홍페이지




https://www.itoen.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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