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에 도착하던 날
코로나 시국 영국 탈출기 3,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에 도착하던 날
한국으로 입국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예약한 후에 갑자기 못오게 된건지 아니면 발열증상이 생겨서 탑승이 거부된 것인지.. 어찌되었든 내 입장에서는 옆자리가 비어 있으니 신경쓰이지 않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비행기 안의 승객은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었으며, 또한 대부분 20대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영국의 대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바뀐 이후 대학생들이 서둘러 귀국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승무원은 물론 비행기의 탑승객 모두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잘 때도 마스크 쓰고 자야하는데 숨쉬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곤 했다. 가끔 화장실을 갈 때면 열심히 비누로 손을 씻었다. 다행히 우리가 타고 가는 비행기에는 기침하는 승객도 없었고 특별히 증상이 있어 보이는 승객이 없어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대한항공의 탑승객 기내 안전 안내방송을 아이돌 그룹이 하고 있었다. 남자 7인조이어서 BTS인가 하고 보았는데 낯이 익지 않아서 검색해보니 슈퍼엠이라는 아이돌 그룹이었다. 역시 자랑스럽고 세련된 한류! 딱딱한 안내멘트보다 한류의 슈퍼엠 노래와 춤과 함께 안내방송을 들으니 뭔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보통 영화를 서너편을 보는 편이라 이번에도 영화를 몇편 보았다. 그런데 최신 영화는 별로 볼게 없어서 고전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특히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장장 런닝타임이 4시간 가까이 되는 1962년에 만든 대작 영화이다. 피터 오툴, 안쏘니 퀸, 오마 샤리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로 정말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보게 되어 너무 기뻤다.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가끔 자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1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학하게 되었다. 9개월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번 비행은 처음으로 인천공항 2터미널을 이용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코로나 안전한 대한민국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공항에 내려 입국장으로 걸어가니 공항 검역대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입국자 전원이 검진서를 제출하고 체온을 체크했다. 나는 한달전부터 목이 조금 아팠기에 혹시나 해서 의심증상자 문진을 받고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되었다.
유증상자들은 별도의 공간에 대기하다가 몇 명씩 이동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은 사람들도 대부분 20대 젊은이 들이었는데 다들 크게 증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내 이름이 호명되고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서 검사부스에 들어가서 검사를 받았다.
입을 벌려 혀 안쪽에서 한번, 코 안쪽에서 한번 이렇게 두군데 가검물을 체취하는 간단한 검사였다. 이렇게 간단한 검사가 영국에서는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어려운 검사이다. 검사를 마친 우리는 별도의 버스를 타고 미리 마련된 숙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검사결과가 최소 8시간이상 걸리기에 하루 밤을 정해진 숙소에서 지내야 한단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에 안전한 대한민국은 치밀한 검사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