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자꽃.. 안도현
명자꽃
- 안도현
그해 봄 우리 집 마당가에 핀 명자꽃은 별스럽게도 붉었습니다
옆집에 살던 명자 누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누나의 아랫입술이 다른 여자애들보다 도톰한 것을 생가하고는 혼자 뒷방 담요 위에서 명자나무 이파리처럼 파랗게 뒤척이며
명자꽃을 생각하고 또 문득 누나에게도 낯설었을 초경이며 누나의 속옷이 받아낸 붉디붉은 꽃잎까지 속속들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꽃잎에 입술을 대보았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내 짝사랑의 어리석은 입술이 칼날처럼 서럽고 차가운 줄을 처음 알게 된
그해 4월도 반이나 넘긴 중순에 눈이 내렸습니다
코로나 자가격리기간 중에 독서로 소일하고 있다.
하루 종일 방안에서 책을 읽다 마당에 나가 명자꽃을 본다
동네에는 매화가 지고 거리마다 벚꽃이 만개를 했다.
우리집 마당에는 명자나무가 몽오리를 올리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봄을 잃어버린 요즘
명자꽃은 봄이 왔음을 붉게 토해내고 있었다.
명자꽃이 피기 시작하면 안도현 시인의 시 ‘명자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 산당화 (명자꽃)
학명은 Chaenomeles lagenaria (LOISEL) KOIDZ.이다. 높이가 1∼2m에 달하는데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도 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양끝이 뾰족하다. 길이 4∼8㎝, 너비 1.5∼5㎝로 거치가 있다.
꽃은 단성으로 짧은 가지 끝에 1개 또는 여러 개가 달리며 4∼5월에 분홍색·적색·담백색 등으로 다양하게 핀다. 과실은 타원형으로서 길이 10㎝ 정도이며 청황색이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식재하여왔다. 꽃이 아름다워 집의 아녀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하여 예전에는 집안에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정원에 심기 알맞은 나무로 여름에 열리는 열매는 탐스럽고 아름다우며 향기가 좋다. 열매는 거풍(袪風)·평간·건위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는 각기·수종·근육통·복통·위염 등에 치료제로 사용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