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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샘 Apr 10. 2020

영국영화 12, 영화 ‘피아노’

- 주체적 사랑의 여성 영화

영국영화 12, 주체적 사랑의 영화 ‘피아노’

19세기 전 세계를 주름잡던 대영제국에서도 여성의 인권은 형편 없었다. 여성들이 수십년간의 ‘서프러제트’라는 참정권 운동을 벌여 투표권을 얻은 것이 1918년이었으니 19세기의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결혼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이러한 19세기를 배경으로 여성의 주체적 사랑을 그린 영화가 있다. 1993년 제작된 영화 ‘피아노’이다. 여성이 제대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집안의 소유물로 취급되던 시절, 여성들은 사랑마저 자신들의 맘대로 하기 힘들었다.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주체적인 사랑을 찾는 영화 피아노!

주인공 에이다(홀리 헌터 분)는 9살짜리 예쁜딸 플로라(안나 파킨 분)를 키우는 미혼모이다. 여섯살때부터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한 에이다는 딸에게 수화 통역을 시키거나, 목에 걸고 있는 펜과 메모장으로 꼭 필요한 것만 대화를 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사랑스런 착한 딸과도 항상 수화로 대화하며 둘도 없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는 피아노라는 분출구가 있다. 말은 하지 않아도, 피아노 선율로 내보내는 그녀의 감정이 그녀를 자유롭게 해준다.

그런데 에이다의 아버지가 뉴질랜드에 듣도 보도 못한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게 된다. 자신이 벙어리라는 걸 알고도 괜찮다고 했으니, 인내심이 있는 괜찮은 남자일거라고 추측을 한다. 뉴질랜드는 164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버 타스먼이 발견했지만 잊혀졌다가 1769년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서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1840년부터 대영제국의 식민지가 되어 영국인들이 많이 이주해 있던 신대륙이었다. 당시에 배로 영국에서 뉴질랜드까지 가려면 몇 달이 걸렸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 머나먼 뱃길을 오는 과정은 생략하고 바로 뉴질랜드의 해변에 엄청난 짐을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모녀는 간신히 간신히 짐은 내렸는데, 이들을 데리러 와야 할 신랑은 오질 않고..

백사장에 잔뜩 널려있는 짐들을 어쩌지도 못한 채 피아노 곁에서 맴도는 에이다와 플로라. 에이다는 이 무료한 기다림을, 피아노를 포장한 나무박스의 깨진 틈으로 손을 넣어 연주를 하며 나름 즐겁게 보낸다.

이튿날 아침에야 해변에 도착한 남편 스튜어트(샘 닐 분) 한 무리의 뉴질랜드 키위들을 데리고 진흙산을 뚫고 해변으로 왔는데, 험한 산길에 맨몸으로 가는 것도 힘든데 다른 짐들은 다 가져가도 피아노를 운반할 방법이 없다며 에이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해변에 놔둔 채 간다. 피아노는 에이다의 전부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영혼같은 물건인데 이 남자는 그걸 몰라준다.

아버지가 결혼을 시켜 보냈다고는 하지만, 막상 이곳 뉴질랜드에서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쫄딱 젖은 채 기념촬영만 했으니 에이다도 스튜어트도 처음부터 서로 부부라는 느낌을 갖거나 억지로 행세를 하지 않게 된다.

피아노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에이다 그리고 에이다의 분신 플로라..

남편을 도와 키위들을 이끌고 왔던, 영어와 원주민어 통역이 가능한 조지 베인스(하비 케이틀 분)를 찾아가 피아노가 있는 해변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고, 처음엔 거절하던 베인스도 결국 그들을 해변에 데려다 주게 된다.

에이다는 피아노와 재회하고..

해변에서 연주를 하는 그녀의 미소는 정말 행복 그 자체이다.

플로라도 작곡가인 친아빠와 피아니스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서인지,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맨발로 춤도 잘 춘다.

행복하게 피아노를 치는 에이다의 모습을 바닷가에서 지켜보던 베인스는 피아노를 가져올 생각이 없는 스튜어트에게서 자기 땅 800에이커를 주고 피아노를 산다. 그리고 자기 집에 가져다놓고 피아노레슨을 빙자해서 자신의 집에서 에이다가 피아노를 치게 한다.

에이다는 플로라를 데리고 베인스네 집에 건너가서 피아노를 가르쳐주려고 하지만, 베인스는 직접 치는 것보다 듣는 걸로 배우겠다며 연주하는 에이다를 바라보기만 한다. 하루, 이틀이 반복되면서 베인스는 점점 그녀에 대한 연모가 깊어지고, 에이다도 그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 시작한다. 베인스는 알고 있엇다. 에이다에게 있어 그녀의 생명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자신의 피아노에 대한 사랑을 묵살해버렸던 남편과는 달리 자상한 베인스.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피아노를 닦을 정도로 그는 그녀의 분신인 피아노를 소중히 여겼다. 그녀에 대한 연정이 깊어진 그는 그녀에게 팔을 보여달라거나 치마를 조금 올려서 다리를 만져보거나 하기 시작하는데. 그때마다 두 사람은 그에 대한 조건으로 피아노 건반 한개, 다섯 개, 열개 등으로 딜을 한다.

결국 사랑에 빠진 두 사람과 이를 목격하게 된 남편 스튜어트는 대놓고 그녀를 추궁하지 않는대신, 베인스와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과 창문을 막는데, 어느 날 도망 안갈거지? 믿어도 되지? 하며 스튜어트가 에이다를 두고 일을 하러 나간 사이에 에이다는 피아노 건반 하나를 빼서 베인스에게 향한 마음을 새겨 딸에게 전달시키는데,

그러나 이를 알게 된 남편에 의해 에이다는 도끼로 오른손가락 하나를 잘리게 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에이다에게 있어 손가락은 수화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었고 자신의 분신인 피아노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남편에 의해 이 모든 소통수단이 단절됨을 의미했다.

이 사건 이후 남편 스튜어트는 베인스에게 에이다를 데리고 떠나라고 하게 되고, 베인스는 에이다와 플로라 그리고 피아노를 배에 싣고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피아노에 의해 배가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자 에이다는 피아노를 바다에 버리게 한다. 그런데 피아노에 연결된 밧줄에 그녀의 발이 걸려서 그녀도 바닷 속에 딸려 들어간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힘으로 바다 속에서 밧줄을 풀고 올라온다. 그녀가 과거와 단절하고 자신만의 주체적인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명장면이다.


이후 그들은 무사히 영국에 돌아가서 에이다는 금속 의수를 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하는 걸 조금씩 배우게 된다. 베인스의 따듯한 사랑속에서..


영화 피아노는 여러 가지 상징들이 얽혀있지만 그렇게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삶과 사랑에 대하여 담담하게 서술한 영화이다.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이 무었인지, 얼마나 처절한 댓가를 치루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영화이다. 27년전 영화이지만 왜 이 영화가 칸느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한지를 알게 해준 영화이기에, 안 보신 분들에게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특히 주체적인 사랑을 하려는 여성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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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Xo9G9C6Kv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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