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엘 앨버트 웨어시미드 <로버트 스콧 초상화> (1905)
[명화와 역사] 25,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 탐험 경쟁 (1911)
1911년 12월 14일 노르웨이의 극지 탐험가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 1872~1928)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하였다. 원래 아문센의 꿈은 노르웨이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극점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탐험가 피어리가 먼저 북극점에 도달하자 목표를 남극점으로 돌렸다. 그런데 남극점 정복을 노리는 사람은 아문센 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의 해군 대령인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 1868~1912)도 같은 시기에 남극점 정복을 준비하였다.
나이도 비슷했던 아문센과 스콧은 1910년 6월에 각자의 나라를 출발하여 남극으로 향했다. 아문센은 북극으로 가는 북서항로를 처음 개척했고, 스콧은 남극원정대를 이끌고 남위 82도까지 탐험하는 등 경험적 측면에서도 매우 비슷했다. 현대적 장비나 통신수단이 없던 당시에는 조난을 당해도 구조 요청이 불가능하기에 위험천만인 탐험이었다. 특히 연평균 기온이 영하 50도인 눈보라치는 남극대륙의 2,250Km이상을 왕복해야하는 극심한 환경조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문센은 먼저 남극점에 도착했고, 스콧은 뒤늦게 도착해서 남극점 최초 탐험자라는 역사적 영예도 못 얻었을 뿐 아니라 귀환 길에 조난당하여 사망하게 되었다. 무엇이 이들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세계적인 경영 석학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선택’이라는 책에서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가’라고 진단했다.
선원의 아들로 태어난 아문센은 소년시절부터 북극탐험을 꿈꾸었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였으나, 전공과 달리 1등항해사가 되어 1899년 벨기에의 남극탐험대에 참가하기도 하였고, 1903~1906년에는 대서양에서 북극해를 거쳐 태평양에 이르는 북서항로 항행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하였다. 그후 남극정복으로 목표를 바꾼 후, 남극점 정복을 위하여 철저한 준비를 하였다. 노르웨이에서 스페인까지 3,200km를 자전거로 종주하며 체력을 키웠고, 에스키모와 함께 2년간 생활하면서 추위를 견디는 법과 개썰매 타는 법도 배웠고 옷도 에스키모처럼 털가죽 옷을 입었다. 또한 가는 길에 위도 1도를 나갈 때마다 식량 저장소를 저장하고 깃발 20개씩을 꽂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드디어 1911년 남극대륙에 도착하고 개썰매로 남극점을 향해 출발한 지 55일만에 드디어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한 것이었다.
반면에 영국 해군 대령이었단 스콧은 1901~1904년 남극탐험을 지휘하여 남위 82도까지 탐험하였다. 그러나 남극점 탐험을 준비하면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믿고 상상력에 의존하여 준비를 하였다. 남극점 도달을 위한 운송수단은 썰매개 보다는 조랑말이 낫다고 판단하여 조랑말을 준비했으나 조랑말들은 눈길을 잘 걷지 못했고 얼마 못가 다 얼어죽었다. 또한 아직 당시로서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모터 썰매를 준비했으나, 이 또한 혹한 속에서는 고철덩어리가 되고 말아 대부분의 여정을 그의 대원들이 무거운 썰매를 직접 끌면서 눈보라 속을 헤쳐나가야 했다. 옷도 털가죽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최신의 모직 방한복을 입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남극점에 도착했을 때는 아문센보다 35일 늦은 1912년 1월 18일이었다. 스콧과 대원 4명의 일행은 남극점에 꽂힌 노르웨이기를 보고 실망한 채 귀환 길에 오르다 악천후 속에 실종되었다.
그후 스콧일행의 유해는 1912년 11월 12일에 발견되었다. 그 때 마지막 일자가 3월 29일자인 일기가 같이 발견되었다. 그들은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영국신사다운 최후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영국의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아문센도 남극점을 정복한 뒤에도 비행선을 타고 북극을 횡단하는 등 쉬지 않고 탐험 활동을 하다가, 1928년 6월 북극 탐험 중 실종된 이탈리아 탐험가를 찾아 나섰다가 그 자신도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 다니엘 앨버트 웨어시미드 (Daniel Albert Wehrschmidt, 1861~1832) <로버트 스콧 초상화 (Robert Falcon Scott)>, oil on canvas, 1905, 151x100 Cm, (1905).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
** 남극탐험의 과정을 그린 송강호, 유지태 주연의 우리나라 영화 ‘남극 일기’ (2005)
https://www.youtube.com/watch?v=xhSItIM96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