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서 코프 <에드워드 왕자의 초상>
[명화와 역사] 36, 에드워드 8세와 심슨 부인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린 세기의 로맨스의 주인공 에드워드 8세!
에드워드와 심슨 부인의 사랑 이야기는 아직도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에 눈 먼 남자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는, 대영제국의 국왕으로서는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을지라도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순정파 남자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에드워드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의 국왕인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자로서 그녀의 재임기인 1894년 아버지 조지 5세의 큰아들로 태어났다. 에드워드는 왕위계승자로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해국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14년 1차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에 참전하기도 하였다. 전쟁후에는 대영제국 황태자의 신분으로 영연방 국가들을 순방하며, 훤칠한 키와 외모, 그리고 세련된 패션과 자유로윤 언행으로 전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한 활발한 사교활동을 통해서 수많은 여성을 만나고 다녔지만, 자신의 이상형의 여인은 못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30년 겨울,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운명의 여인 심슨 부인을 만나게 되었고, 이들은 이내 사랑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본명이 월리스 워필드인 심슨 부인은 미국의 몰락한 가문 출신이자 어느 상인의 아내였다. 심슨 부인은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한 뒤, 선박 중개업을 하던 영국계 미국인과 재혼하면서 심슨 부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후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겨 영국 상류사회의 중심으로 들어가 동정심이 많고 이해력이 풍부한 세련된 여성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그렇게 뛰어난 미모는 아니었음에도 독특한 개성과 우아한 패션감각으로 당시 사교계의 꽃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에드워드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던 시절에도 그녀는 이혼도 안한 유부녀의 신분이었다.
1936년 1월 부왕인 조지 5세가 세상을 떠나자 에드워드는 왕위를 계승하게 되어 에드워드 8세로 즉위하게 되었다. 10월에는 심슨부인이 남편과 정식으로 이혼하게 되면서, 에드워드는 당시 보수당 출신의 수상 스탠리 볼드윈에게 심슨 부인과의 결혼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회는 에드워드와 심슨 부인의 일을 단순한 스캔들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었는데, 미국인에 두 번이나 이혼한 이혼녀와 결혼 까지 한다는 말에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볼드윈 총리는 메리 왕후와 캔터베리 대주교를 통해서도 압력을 가했다. 당연히 영국 성공회에서도 자신들의 수장인 영국 국왕이 두 번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사람과 결혼 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또한 모후인 메리 왕후도 왕실의 전통을 내세워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결혼은 하되 심슨의 신분은 결혼 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귀천상혼(貴賤相婚ㆍmorganatic marriage) 제안도 하였으나 볼드윈 총리는 내각총사퇴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총리는 내각을 대표해서 에드워드에게 최후의 통첩을 보냈다. 의회의 동의없이 결혼하려면 왕위를 포기하고 심슨 부인과 외국에 나가 살던지, 아니면 심슨 부인을 포기하고 국왕으로 남아 있던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말한 것이다. 이 국왕의 결혼문제는 전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국왕을 지지하는 여성들은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었고, 보수적인 애국주의자들은 심슨 부인을 영국에서 추방하라고 주장하면서 국론이 분열되기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고민하던 에드워드는 즉위 후 채 1년도 안된 12월 왕위에서 내려왔고,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양위한 국왕이 되었다.
왕위를 계승한 그의 동생 조지 6세는 에드워드를 윈저공에 봉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영국을 떠나 이듬해에 프랑스 시골의 작은 성에서 영국 성공회 신부의 주례로 하객 16명만 참석한 가운데 심슨부인과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며 순정남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후 2차대전이 벌어지자 두 사람은 나치를 피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을 떠돌며 지냈으나, 두 사람은 단 한시도 떨어져 지내지 않았다고 한다. 1972년 윈저공 에드워드는 프랑스에서 숨을 거두면서 비로소 고국 땅에 돌아와 영면하게 되었고, 1982년 심슨 부인 사후에 둘은 합장되어 영원한 사랑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통 사랑의 유통기한이 3년이라고 하는데 이들 사랑의 유통기한은 무제한이었나 보다.
++ 아서 코프 (Arthur Stockdale Cope, 1857~1940) <에드워드 왕자의 초상화 (Portrait of Edward in the robes of the Order of the Garter)> (1912)
** 에드워드와 심슨 부인의 이야기를 마돈나가 감독으로 만든 영화 ‘위(W.E.)‘ (2011년)
https://www.youtube.com/watch?v=DsN5Ejgdi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