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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샘 Dec 16. 2019

[명작산책 122] 조지 프레드릭 왓츠 <희망>

- 조지 프레드릭 왓츠 <희망> (1885)

[명작산책 122] 조지 프레드릭 왓츠 <희망 (Hope)> 

세상에 있는 단어 중에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까?

사랑, 행복, 건강, 믿음.. 여러 가지 단어가 떠오르지만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희망은 잠자고 있지 않은 인간의 꿈이다. 인간의 꿈이 있는 한, 이 세상은 도전해 볼 만하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꿈을 잃지 말자. 꿈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겐 선물로 주어진다.”


희망이 사라진 인생은 더 이상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인생일 것이다. 아무리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라도 한줄기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버티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이러한 ‘희망’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 19세기 영국화가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개인 미술관인 런던 근교 길포드의  ‘왓츠 갤러리’를 다녀왔다. 


조용한 영국의 시골마을 길포드 콤톤이라는 동네에 왓츠가 살았었고, 작업을 했던 곳을 그의 세 번째 부인이자 공예가였던 미모의 작가 메리 프레이저 타이틀러가 갤러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마저 죽고 난 후 재정난으로 폐쇄되었던 갤러리를 2006년 영국 정부가 와츠를 재평가 하면서 역사적인 재건축을 하게 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그의 회화 작품은 물론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고 그의 작업장도 구경할 수 있으며 또한 예쁜 티룸도 있는 곳이다.


와츠의 대표작 <희망>은 지구를 상징하는 작은 구 위에, 실명을 의미하는 붕대 감은 눈먼 소녀가 한 줄만 남고 모두 끊어지고 쇠사슬에 묶여 있는 리라를 부여잡고 무언가 연주를 하려고 고개 숙여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희망을 말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조건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 최선을 다하는 소녀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조심스럽게 드러나 있는 왼발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오른쪽 종아리를 감아올리고 있다. 마치 절망을 얘기하고 있는 이 그림은 역설적이게도 가슴 저린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희망>의 또 다른 버전은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 그림은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세기 이후 세 명의 위인과 관련되면서 유명해졌다.

먼저 1959년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자유의 행진에서 이 그림을 언급하며 ‘희망;은 킹 목사의 연설주제로 등장했다. 두 번째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가 26년간 옥살이를 하면서 침침한 감방 벽에 걸어 놓고 수 없이 이 그림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고 이후 출소하여 남아공 최고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고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젊은 시절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이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의 제목을 ’희망‘으로 정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Take Hope!” 희망을 가져라! 이 그림 한 장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몸부림치는 이 세상의 대다수 민초들에게 세상을 향해 맞서 싸우게 한 그림이 되었다.

특히 오바마는 이 그림이 “여성에 대한 편견과 탐욕, 인종차별, 소외층에 대한 무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 그림에서 담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희망>의 4가지 버전

젊은 나이에 예술원 회원이 되고 회화는 물론 조각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왓츠는 ‘영국의 미켈란젤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 했었다. 초기에는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라파엘전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상징주의와 미래파의 진지한 시도를 한 화가였다. 또한 역사학자이기도 한 왓츠는 흥미롭게도 평소에는 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를 탐구하던 천문학자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주로 근대의 지성인들 및 유명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자신만의 신화 셰계를 구축하고 내적인 진실을 찾는데 평생을 바쳤지만, 그는 당대에는 ‘영국 미술의 위대한 실패’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미술에서도 삶에서도 선지자요 예언자였던 왓츠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그가 탐구하던 우주 속으로 세상을 떠난 후, 100년이 지난 21세기에 그의 작품 <희망>과 함께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 조지 프레드릭 왓츠 (George Frederic Watts, 1817~1901), <희망 (Hope)> (1885), Watts Gallery

와츠의 <자화상>

(2015년 5월 이후 중단했던 명작산책 시리즈를 시간나는 대로 다시 리스팅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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