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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이 언니
07화
죽음은 눈부신 여인이다
김경희
by
김경희
Jul 19. 2023
죽음은 눈부신 여인이다
하루는 불같이 맹렬하게
하루는 여유롭게 즐기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긴박한 환자에게 필요한 7분 때문에
병원 지척에서 자전거로 출근하다
화물차와 마주해 이슬이 된 의사 선생님
고단한 몸 뉘며 단잠에 빠진 그들에게
허우대 멀쩡했던 경상의 산은 왜 그리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는지
망가지려면 혼자나 망가지지
물귀신처럼 애먼 사람들 왜 데려갔나
무엇이 그리 지독하게 슬펐는지
오열하며 쏟아지던 하늘 물 합쳐져
오송의 궁평 지하도를 덮치던 날
차오르는 흙탕물 속에 갇히던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죽음 앞에서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 했을까
결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가 낳은 결과라고
마이크 든 기자들이 격양된 목소리를 내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 한다 한들
순식간에 부모 자식 잃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까
죽음은 낭만적이고 피상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죽음과 연애하듯 이런 전재를 받아들이면
슬픔의 두께가 조금은 얇아지려나
한낮 지푸라기처럼 하잘것없는 목숨
움직이는 그림자에 불과한 인생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간당간당 숨을 이어가면서도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과연 무엇이 의미 있단 말인가
스캇은 죽음이 삶의 의미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눈부신 여인처럼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인생이 영원하다는 인식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허무한 감정에 빠져들기에
죽음이라는 미스터리와 씨름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죽음과 친숙해질수록 하루하루를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산 병원에 자전거 타고 다니셨던 의사선생님
산자락 밑에서 곤히 잠들어간 이들
궁평 지하도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던 그들
눈 부신 여인을 맞이하듯 죽음과 마주했으리라
먼저 가신 그들이 하늘에 별 되어 언제나 반짝이길
공기 되어 늘 그리워하는 가족을 포근하게 감싸주길
우리 또한 모두가 그들을 따라갈 것이므로
죽음을 너무 멀리 있다 생각지 말고
선물로 주어진 오늘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길
keyword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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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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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여서 행복한 사람. 대학에서 강의와 상담 현장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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