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기본기 다지기 4
초가을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드니, 마음이 스산해진다. 어제 낮에 참석한 독서 모임이 자꾸 생각난다. 누군가 내 말을 끊으며 “그건 좀 다르게 봐야 하지 않겠냐”고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옆자리에서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단순해지는 거지”라는 말을 했다. 별것 아닌 대화였지만,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나도 모르게 마음이 위축되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속이 상해 발걸음이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빛이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용히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자 하나하나가 불편했던 기억을 덮어주듯,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그렇게 이어진 문장은 나만의 작은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모임에서의 서운함을 덜어내는 조용한 위로가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다. 아울러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일이다. 설득하거나 마음을 움직이거나, 혹은 생각의 실마리를 건네고 싶은 다정한 손짓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엉성하게 이어지면 사람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글이 자연스럽게 읽힌다는 것은 생각의 흐름이 논리적으로 이어지고, 그 길이 거슬림 없이 단정하다는 뜻이다. 결국 글이 독자와 끝까지 함께 걷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조화로운 ‘길’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덜 읽는 시대에 “독서는 왜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도입에서는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의 발달로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회적 현상을 언급하며,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다.
본론에서는 독서가 사고력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독서를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생기는 지적·정서적 차이를 다양한 연구나 사례를 곁들여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 독서 습관이 미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강조할 수 있다.
결론에서는 독서를 생활화하기 위한 실천 방안 (하루 30분 독서 습관 만들기, 독서 모임 참여하기, 학교·공공도서관의 활성화 등)을 제안하며 마무리하면 된다. 이처럼 도입부터 결론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고 논리적일 때, 독자는 글의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비로소 글은 ‘설득’이라는 목적에 닿게 된다.
글의 흐름을 잇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접속어’다. ‘그러나’, ‘따라서’, ‘예를 들어’, ‘한편으로는’ 같은 표현들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조용한 다리가 되어 독자가 생각의 강을 건널 수 있게 돕는다. 접속어는 너무 많으면 글을 복잡하게 만들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살짝 뿌리면 글맛을 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주제의 모호함이다. 중심 주제가 분명하지 않으면 독자는 길을 잃는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의 의미와 변화’를 주제로 쓴 글에서 집안일의 고단함을 쓰다가 맞벌이 부부 역할 분담, 사회적 임금 문제로 갑자기 주제가 옮겨간다면 글은 중심을 잃고 산만해진다. 하나의 중심 줄기가 문단과 문장을 단단히 묶어줘야 한다.
둘째는 논리의 비약이다. 연결이 갑자기 끊기면 독자는 당황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다루던 글에서 갑자기 ‘자가 주택 마련 지원’이 나오면 왜 갑자기 주거 문제가 나왔는지 의아해한다. 논리의 비약은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려는 습관에 의해 자주 나타난다. 주장과 근거 사이에 건널 다리를 놓아야 한다.
셋째는 문체의 부조화다. 글의 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해야 한다. ‘공교육 환경 개선’ 보고서에서 분석적인 문장을 쓴 뒤 감성적인 표현이 튀어나오면 분위기가 흔들린다. 글은 감성도 논리도 모두 품을 수 있지만, 글의 성격에 맞는 문체 유지가 중요하다. 감정을 담으려면 글에서 표현하려는 감정의 근거를 스스로 먼저 납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글의 흐름과 논리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고는 생각의 덩어리일 뿐, 퇴고를 통해 다듬고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좋은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것”이라는 말처럼, 반복해서 읽고 다듬는 일이 글을 완성시킨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주제 글을 쓰고 난 후, 여러 번 읽으면서 수정한 뒤에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주제로 글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긴 여백의 시간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건축과 같다. 단어를 벽돌 삼고 논리를 기둥 삼아 올리며, 감정을 창문처럼 배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잇는 것이 ‘흐름’이다. 잘 지어진 글은 무너지지 않는 집처럼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 당신의 글도 튼튼한 집이 되어 조용히 말을 거는 한 문장으로 오래 기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