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심리를 읽는 자, 시장을 이긴다

15화

by 김경희

움직이지 않는 주식은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1분에도 몇 차례씩 오르내린다. 그래서 주식시장을 본다는 건, 바다를 보는 것과 닮았다. 바람 한 줄기에 물결이 일고, 물결은 언제 어디서 높아질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의 파란 물결이 내일의 붉은 노을로 바뀌기도 한다. 오르던 주식이 내리기도 하고, 내리던 주식이 다시 고개를 든다.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줄타기하듯 흔들리며 하루를 산다.


주식의 세계에는 욕심이 있고, 두려움이 있으며, 희망이 있다. 차트 속 봉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기대와 절망,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붉은색으로 치솟는 양봉은 어떤 이에게는 꿈의 문을 열어주는 희망의 신호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올라타지 못한 아쉬움의 흔적을 남긴다. 반대로 푸른 음봉은 누군가에게는 공포이자 패배의 상징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품은 깊은 숨결로 다가온다. 같은 차트를 바라보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같은 종목을 들고 있으면서도 마음 온도는 제각각이다. 결국, 주식은 시장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읽는 일인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주식시장은 거대한 심리의 바다다. 기관과 외국인, 그리고 큰 손이라 불리는 자본들이 물살을 만든다. 그들 사이에서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은 작은 돛단배 하나로 버티고 서 있다. 바람이 거세면 개미들은 휘청이고, 비가 오면 방향을 잃는다. 세력의 움직임은 언제나 교묘하다. 그들이 팔 때 희망적인 뉴스가 나오고, 그들이 살 때 공포가 퍼진다. 뒤늦게 알게 되는 정보 앞에서 개미들은 늘 한발 늦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개미는 세력의 먹잇감이다.”


이 말은 어쩌면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력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개미라고 해서 반드시 지는 게임은 아니다. 시장은 냉정하지만, 동시에 공정하다. 흔들리되 부서지지 않는 마음, 그리고 스스로 기준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언젠가 길이 열린다.


주린이 주제에 확언할 일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에서 이기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남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덜 흔들리는 것이다. 하락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도, 탐욕이 하늘을 찌를 때도, 중심을 지키는 일. 그게 가장 어렵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것이 바로 ‘심리의 균형’이다.

시장이 요동칠 때 차트를 뒤로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 수익보다 원칙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 그런 개미는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다. 세력은 돈으로 움직이지만, 개미는 신념으로 버틴다. 결국, 오래 버티는 쪽이 이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은 아니다. 기다림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내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안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시장의 소문보다 재무제표의 숫자를 믿고, 남의 말보다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줄 알아야 한다. 투자자가 선택한 판매 방식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기다림과 버팀은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시장이 흔들리면 내 마음도 흔들렸다. 욕심을 내려놓고, 잃음을 견디는 연습을 하자 비로소 조금씩 시장의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견디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견디지 못해서 손실이 나기도 하고 적은 수익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때부터 나는 주식을 ‘돈의 싸움’이 아니라 ‘심리의 공부’로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의 전반적인 심리를 다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도 공부해야 할 길이 멀고도 머니 말이다.


개미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은 남이 추천하는 종목이 아니라, 내가 이해한 기업을 선택할 것. 또한, 시가 총액이 큰 기업에 투자하면 손실이 적고, 이왕이면 싼 가격에 사야 수익이 많이 난다. 무엇보다 눈앞의 수익보다 지속적인 투자를 하다 보면 수익이 나는 날도 손실이 나는 날도 있게 마련이지만, 시장은 결국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자의 편이 된다. 주식은 끝없이 오르고 내리지만, 투자자의 마음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손실이 내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이익이 내일의 함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차트 보기 전, 마음의 그래프를 먼저 그린다. 어제보다 조금 더 차분하게, 조금 더 길게 보려 노력한다. 흔들리는 것은 시장의 본성이고, 흔들리지 않으려는 것은 인간의 의지다. 시장의 본성과 인간의 의지,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개미는 성장한다.


주식시장에서 싸움은 돈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고 마음의 깊이로 결정된다. 돈의 크기와 마음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의 깊이에 따라 수익이 비례한다. 마음이 깊다면 적은 돈을 투자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개미라면, 언젠가 줄 위의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미소 지을 것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는 심리 게임이다』를 읽으며 마음 깊이 감탄했다. 인상 깊게 다가온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그는 주식의 가격이 기업의 가치보다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탐욕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숫자가 아닌 심리를 읽는 자가 결국 시장을 이긴다는 그의 통찰은, 단 한 문장으로도 주식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그는 시장을 세 부류로 나눴다. 소수의 현명한 자, 대다수의 어리석은 자, 그리고 언제나 망설이는 자.

주가는 이 세 집단의 마음이 교차하고 흔들리며 만들어내는 파동 위에서 춤춘다. 그래서 코스톨라니는 말했다.

“다수가 낙관적일 때 팔고, 비관적일 때 사라.”

이 말은 단순한 매매 기술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내는 인간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유명한 ‘달걀 이론’은 시장의 순환을 탁월하게 설명한다. 불신 단계에는 아무도 시장에 관심이 없지만, 그때가 바로 매수의 기회다. 확신 단계에서는 일부가 회복을 예감하고, 열광 단계에서는 모두가 낙관하며 주가가 급등한다. 이 단계가 바로 매도해야 하는 시점이다. 환멸 단계가 찾아오면 거품은 꺼지고 공포가 퍼진다. 이 지점이 다시 매수 시점이다. 시장은 언제나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탐욕과 공포의 달걀 속을 순환하는 것 같다.


그는 주식으로 부자가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돈, 인내,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용기. 지나치게 움직이지 말고,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시장이 제자리를 찾게 하라는 말이다. 그는 금리의 흐름을 바다에 비유했다.

“주식시장은 유동성의 바다 위에 떠있는 배다.”

돈이 넘치면 배는 부드럽게 떠오르고, 돈이 마르면 배는 가라앉는다. 결국, 경제의 거대한 파도를 읽는 일보다 중요한 건, 그 파도에 실린 바람의 방향 즉, 금리의 흐름을 읽는 눈이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용기,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고요함, 그리고 스스로의 판단을 믿는 신념.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을 “탐욕과 공포의 무대”라 불렀고, 나는 그 말이 인간의 본성을 향한 통찰로 들렸다. 주식은 돈의 게임이 아니었다. 그건 인내와 성격의 싸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기르는 인생의 연습이다. 탐욕의 불빛이 꺼진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기회가 오는 곳이 주식시장인 것 같다.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지만.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