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마음 수집

4. 잔잔한 마음을 방해하는 장애물_사람

by 주영



아무리 잔잔한 마음 수련을 해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들은 반드시 온다.

잔잔한 마음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그런 장애물들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이지 않나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처음 만나는 타인까지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아무리 경험을 쌓고 수련을 해도 단련이 쉽지 않다.

이번 주는 가족부터 얼굴도 모르는 에어컨 기사님까지

사람에 의해 마음이 참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상처가 쌓이면 잔잔한 마음으로 단련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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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가장 덥다고 생각했던 작년보다

훨~~~씬 더 덥게 느껴져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장만하기로 했다.

스탠드 에어컨을 알아보려고 했으나

비용이 너무 부담되어 벽걸이 에어컨을 알아보았다.

평수에 맞게 주문하는 것이 원칙이나

아버지 치과 진료비와 생활비, 지인 생일들 등 근래 지출들이 쌓여 너무 빠듯했기에

가족이 함께 사는 거실이었지만 중간형 벽걸이 에어컨을 구매하기로 했다.


여러 리뷰를 보니 많이 시원하지 않다는 평도 많았으나

요즘 나오는 에어컨들은 기능들이 많이 좋아져서

용량이 좀 부족해도

꽤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평도 있었다.

집이 큰 편이 아니고, 1등급 효율에 가격도 적당한 대기업 제품이 있길래

품절될까 급해 얼른 구매 결정을 했다.


방문 날짜가 정해지고, 정확한 방문 시간은

기사님 콜이 올 거라고 했는데

꽤 늦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저녁부터 계속 기다리기는 했지만,

요즘은 성수기이니 고생하시는 기사님들 생각하며

날짜랑 시간을 최대한 기사님께 맞춰서 진행했다.

기사님은 벽걸이는 방에만 설치하는 게 맞다고 하셨지만

덜 시원함 감안하고 사용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설치를 요청했고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전달해 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당일

회사에서 일을 하며 설치 완료되었다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설치 안 하고 그냥 회수해 가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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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요??"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회사일로 바빴는데 그와중에 상품 찾고, 리뷰 찾고

비용 검색하고 일정 조율하고

수고를 쏟아서 결정했는데 이런 상황은

예측을 전혀 못 했다.

"용량 안 되어도 그냥 진행해 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본사 지침이란다.

용량이 맞지 않아 물이 줄줄 샐 수가 있단다.

이런 말은 처음 들었지만,

주변에서도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했지만

전문가 말이니 이게 맞는 건가 긴가민가 했다.

용량이 맞지 않으면 에어컨 가동이 과부하되고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어쨌든 모든 게 초기화 되었다.

다시 처음부터 알아봐야 했다.

그런데 이 기사님이 얼마나 잔소리처럼 부모님께 얘기를 하신 것인지

"우리집은 무슨 타공해야 되고 뭐하고 막 복잡하다든데

아이고 에어컨이고 뭐고 하지 마라"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의 날카로운 말들이 쏟아졌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시 알아보고

좀 더 용량 큰 것으로 주문했어"

"아니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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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에어컨 하나 설치하는 게 이렇게나 복잡한 일이던가

단지 여름 그냥 좀 더 시원하고

편하게 보내고 싶었던 건데.

그날 우리집은 그 에어컨 하나로 인해

감정적인 말들이 오가고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 마음이 상했다.

밤새 짜증과 불만과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잠도 설쳤다.

이런 파장을 가져다 놓은

그 에어컨 기사가 너무 미웠다.

내가 잘못 주문한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요.

그런데 어쩌랴 안 된다는데

덥고 타공도 복잡해서 도망가신 것 같았지만

설치를 못 한다는데

원망해 봤자 해결할 수 없고

다시 좋은 제품 구매할 수밖에.

대기업 제품이라 기대하고 샀는데

실망도 매우 컸지만 시원하게 지내고 싶으면

다시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가족간의 상처 받은 마음을 다시 회복하려면

사과와 화해를 하고 다시 대화를 해야 했다.


감정적인 소비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과와 화해를 하는 과정은

항상 어렵고 사실...금방 하기 싫어진다.

그런데 그 시기는 짧으면 짧을수록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상처가 커지지 않는 지름길이지 않나 나는 생각한다.

금방 그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되뇌이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 무게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와 화해로 마무리짓고 새로운 제품도 결정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아직 다 아물지 못했다.

빨리 잊고 싶은데 얼굴을 마주 하면

다시 그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럴 때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최선이다.

덥지만 요즘 여기저기 어쩔 수 없는 방랑(?)을 하며

시간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는 중이다.

새로운 에어컨은 좀 기대보다 좋았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 더운 것만으로도 지치는데 제발

사람 장애물아, 너만은 덜 찾아와 주면 안 될까.

마음 단련은 가을부터 하고 싶은데.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안 되겠지...?

"그래 어쩔 수 없지"

울어서 눈이 붓고 마음의 상처로 쓰라려도

또 다시 잔잔한 마음을 향해

애써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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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reel/DMRpyh2x9wp/?igsh=MTZmODZtMGhwYno1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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