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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Sep 25. 2024

프롤로그

(프롤로그)


나는 우울증 환자다.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가지고 있다. 불면증 또한 매우 심하다.

하루 종일 빗속에 있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다 버티고 버텨 일상을 견디다가 해가 지고 어둠이 오면 술기운에 겨우 잠들기가 일상.. 

그렇게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0년을 살았다.

자기 위해 마셨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다. 


지쳐갔다. 삶의 원동력을 읽은 기분. 스스로 무얼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나는 그럴수록 취기에 잠식되어 갔다.. 취하고 취하고.. 또 취했다.

그러는 사이 나의 주변 사람들까지 영향을 준다. 


내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말한다.

당신의 우울감이 나에게 전달된고.

또 말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또 말한다,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또 말한다,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라고. 

통화할 때마다 내 목소리에서 취기가 있나 없나 확인하는 것도, 지쳤다고 말한다.

오로지 스스로 이겨 내야 하는 영역이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 들을 이겨 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 때,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 그때가  되면 나를 찾으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나를 스스로 돌보지 않았고 오히려 학대했다. 

하루 종일 오로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 없었다. 틀린 말이 없어 반박할 수조차 없었다. 

한심했을 것이다. 뼈가 깎이는 고통이었다. 아직까지도, 그 말 들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고 싶은 그 사람에게 나는 그저 한심하게 남은 시간을 

취해 있는 것 에만 몰두해 있는 나약하고 한심한 사람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 순간부터 나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집에 있는 술을 모조리 버렸다.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는데.. 무슨 수로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왜 그럼 행복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왜 우울한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 우울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언제부터였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행복이 뭘까?.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럼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어떻게 이겨 낼 것인가. 

스스로 질문하고 또 질문해 보았다. 정말 차근차근 생각해 봤다.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했다. 

술을 끊어야만 하는 동기부여도 생겼다.

행복하고 싶다. 소중한 인연을 되찾고 싶다. 

그 소중한 사람에게 행복감을 나눠 주고 싶다. 

다들 말하는 소소한 행복을 나도 누리고 싶었다.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며, 하루 일과에 보람도 느끼고 싶다.

나는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점검하며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을 이겨내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 누구 때문이 아닌, 스스로 행복감을 누리고 싶은 작은 소망에 이르기 위함이다. 


(프롤로그 끝)




나의 첫 번째 이야기


우선 나의 현재의 이야기를 하기 전 나의 유년기 시절을 이야기 먼저 써 보려 한다.

나의 우울감의 시작과 불안감의 시작은 어디에서 오는지.. 언제부터였는지를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라 때론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 당시를 추억하며 추정하여 써 본다..



나는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사 달라고 조르고 떼를 써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걸 해줄 수 있는 가정 형편이 안된다는 걸 누구보다 일찍 눈으로 알아버렸다.


어린 시절의 우리 집은 수없이 이사를 다녔다. 

여름이면 하수 처리장의 냄새가 올라와 코를 찌푸릴 수밖에 없는 집도 살았었다.. 

그리고 이사 이사 이사..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살았었다.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네 식구는 그 시절 항상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 시절 살았던 다 세대 주택에서는 부엌이 욕실이 되고, 

화장실은 3~4 가구가 함께 공용으로 사용하는 옛날 화장실. 

동네는 차도 들어오지 못하는 꾸불꾸불한 산 동네였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는 버스 운전을, 

어머니는 그 산 동네를 돌아다니며 요구르트를 배달한 것으로 안다.

열심히 사셨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셨다.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그 시절을 회상하면 이상하리 만치 기분은 좋다.


힘들었지만 온 가족이 한방에 붙어 생활했고, 

풍족하지 않았지만 반찬 한 가지 만으로도 진수성찬으로 느껴졌으니까.

(그때는 물에 밥을 말아 깻잎 같은 반찬하고 자주 먹은 기억이 난다.)


5~6 살 정도의 기억이지만 난 그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한다. 

7살 무렵 그런 동네를 벗어나 드디어 시내로 나왔다.

도시로 나오니 모든 것들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

그때부터 부모님은 24시간 장사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나와 하나뿐인 두 살터 울 형은 둘 이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형은, 형이자, 친구와도 같았다.


우린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입혀 우리만의 앨범을 만들기도 했으며, 

또 온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형제를 둔 부모들은 겪겠지만 별 별 부위를 찢어 먹고 멍들고 다치고 다녔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다. 

지금도 그러하겠지만 그 당시에 그 도심은 슬럼가가 많았다. 

그 당시엔 흔히 말하는 앵벌이 들도 있었다.


우리 또래 6~7 살 짜리 아이들을 데려가 바보를 만든 다음에 구걸을 시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 길에는 나의 또래 아이들이 동냥을 하러 다녔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겁이 없었다. 음습한 골목골목을 쏘아 다녔다. 

길에는 구걸하는 사람들, 문신 있는 사람들 취해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린 사실 무모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우리는 

꼬마 아이 둘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이라는 것을 인지할 나이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린 함께였고 언제나 내 옆엔 형이 있었고 우리 '형제는 용감했다' 




(부록 : 나의 금주 일기)


24-09-25, 금주를 시작한 지 18일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끝나지 않을 뜨거웠던 여름의 끝이 나고, 제법 출근길에 가을의 냄새가 올라온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은 몸을 긴장시킨다. 


나는 여름이 싫다. 몸을 지치게 하고 사고를 늘어지게 한다. 하고자 하는 일을 미루게 한다.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한다. 시간은 많다. 끊임없이 뛰고 걸었다. 


또는 글을 썼다. 나의 옛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한 일기를 쓰기로 했다.

10월이 오면 내 유일한 취미였던 사진을 찍으러 출사를 나가 볼 생각이다.


취해있을 시간에 취해있지 않으니 시간은 많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취해있는데 몰두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생각과 사고를 취한 채로 해왔던 걸까. 


3주 차로 접어든 지금 1주 차의 극심한 고통은 없다.

1주 차에는 정말 힘들었다. 심지어 취해있지 않은 시간이 힘들고 

유혹을 떨치려 대리운전까지 해봤다.

손님을 픽업 가고, 내가 알지 못하는 도착지에 모셔다 드린다. 돈을 받는다. 

처음 하는 일이고, 내 차가 아니니 긴장감이 든다.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술 유혹을 이겼다.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어젯밤은 와인 한잔의 유혹이 강하게 찾아왔다. 

딱 한잔만 딱 한잔만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또 내 감성은 이성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한 잔은 괜찮아.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한 잔 정도는 마셔도 될 거야. 딱 한잔 마시면 기분 좋아질 거야."

술에 절어있는 나의 감성은 끊고자 하는 이성에게 계속 말을 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유혹한다.


그럴 때는 무작정 걷는다. 걸으면서 바람을 느끼고, 주변 소음을 듣는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본다.


2주 전 끊었던 약을 다시 먹어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금주를 약속한다. 

실패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줬다. 속에 있는 말을 쏟아내며 상담을 받았고, 약을 처방받았다.

일어나서 먹고, 5시에 먹고, 자기 전에 먹는다. 취침 전 약을 먹으면 30분 뒤면 잠에 든다.


공허함을 느끼지 말라고 했다. 너무 강박처럼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스스로 뭘 했을 때 행복하고, 즐거운지, 그 행위를 찾아서 해보라고 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살아온 대가는 오로지 나에게 책임이 전가된다. 


스스로를 아껴줄 것, 본인 스스로를 가꾸고 망가트리지 않을 것, 소소한 행복을 찾을 것


쉽지 않은 길을 나는 계속해서 나아가 보려 한다.  






(그 시절 골목길)


(그 시절 뛰어놀던 그 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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