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음 메인에서 우연히 재미있는 글을 발견해서 읽다가 브런치 북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 플랫폼을 살펴보고 나도 여기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맘이 뭉게뭉게 올라왔었다. 하지만 그때는 잠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아이와의 생활들을 글로 남겨보려는 계획은 큰 녀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작하기로 밀어두었던 터라 아쉬운 채로 다음을 기약하였다.
그러다 연말에 다시 브런치 글을 만나고 다시 마음이 동해서 브런치 작가 신청 안내를 읽어보았다. 시간을 가지고 공을 들여 써서 신청을 해야 하는,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길은 쉽지 않을 듯 보였다. 나는 다시 브런치에 대한 마음을 보류하였다.
새해 1월 1일 첫날에 일직을 하다가 불현듯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다짐을 하는 새해 첫날이라는 분위기가 나에게 용기를 준 것 같다.
시작하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마무리하고 7일 만에 글 하나를 더 써서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였다. 블로그를 꽤 오래 운영하고 있고 SNS를 활발히 하는 지인에게 물으니 작가를 하는 지인의 지인도 브런치 작가를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전만으로도 멋진 일이야'라며 기대를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떨리는 마음으로결과를기다렸다.
출근을 해서 바삐 오전을 보내다가 본 휴대폰 알림 창에 브런치로부터 온 메일이 보였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한 달 동안 부족해 보여도 글을 쓰고 발행을 하였다. 아들에게 컴퓨터 비번을 어렵게 알아내고(게임과 관련된 협박을 좀 하였다.) 아들이 컴퓨터를 안 쓰는 때를 노려 셋방살이하듯 글을 썼다. 하나하나 발행을 하면 할수록 부끄럽고 글이 점점 짧아지고 고민이 많아졌다.
게다가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자판이 불편하고 마우스가 되었다 안되었다해서 어쩔 수 없이 아들의 컴퓨터에 셋방살이를 하다 보니 시간이 될 때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아들이 컴퓨터를 쓰고 있으면 글을 쓸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 '너도 참 같은 말을 해도' 작가님의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방법 두 번째 이야기'의 '나만의 글쓰기 시스템을 갖춰라'에 고무되어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구입했다. 나로서는 꽤 값이 나가는 제품을 골랐다. 받고 보니 참 예쁘다.
모자란 글이라 발행하고 나면 걱정과 부끄러움이 들었지만 그 감정과는 별개로 생활에 활기가 느껴지고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일주일 1편 정도를 발행해야지 하고 시작하였는데 한 달 동안 여물지 않은 9편의 글을 발행하였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모양이다.
재테크에도 종잣돈이 필요하듯이 글을 쓰려고 하면 경험과 자료들이 필요하다. 요즘 나는 쓰고 싶은 글에 관련된 자료들도 찾아보고 묵혀 두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먼지도 털어내고 걸레질도 한다. 좀 더 정확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아들에 대한 기록들을 모아둔 파일철을 찾아보았다. 최근 잦은 이사로 파일철이 사라진 걸 알게 되었다. 녀석이 치료기관에서 받은 발달상황에 대한 보고서들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몇 번을 찾아보아도 다른 서류들은 있는데 유독 그 파일철은 없었다. 급히 치료기관, 병원에 연락하여 아직 자료가 보관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행히 남아있는 기록들이 있어서 재발급 신청을 하였다.
좀 더 사실적이고 구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고 싶다. '아 나도 해볼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극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달 동안 부족함 많은 내 글을 읽어주신 구독자들께 감사하다. 서툴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계속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