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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an KIM Feb 06. 2017

[ESC] (4) 쓴다고 다 글일까

글쓰기 고민


  썼다고 글이 되는 건 아니다. 글은 어휘의 선택, 조사의 덧붙임, 문장 구조, 문장 간 경중 판단, 문단의 구성,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이 모두 반영된 예술작품이다. 따라서 쓴다고 다 글이 되진 않는다. 글의 시작, 본문, 결론의 흐름을 타면서 정보를 독자에게 잘 전달해야 비로소 글이다.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글은 死語다.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일까. 글은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쓰인다. 정보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살아있는 글이다. 정보의 내용이 무언가에 대한 설명이라면 설명문, 주장이라면 논설문이다. 내용이 설명이든 주장이든, 글은 그 내용을 다른 사람이 믿고 확신하고 그 정신에 스미게 하려고 쓰인다.


  모든 독자에게 스며들 글은 사실 없다. 글을 읽을만한 독자가 누군지 생각해야 한다. 독자를 예상하여 글의 내용과 독자와의 관계를 직감해야, 아니 적어도 상상해야 한다. 독자는 이 내용을 처음 보는가? 이해하지 못하려나? 당장 필요해 하나? 나중에 필요해 하나? 감정적으로 싫어하나? 예상 독자를 스스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페이스북의 공개범위를 설정하듯. 하지만 많은 경우 예상독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보고서를 써서 상사에게 제출하듯. 이런 경우 예상 독자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어휘와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잘 쓴다는 말은 인간을 잘 이해한다는 말이기하다.


  글의 내용과 독자를 고려하였다면 이제는 표현을 다듬어야 한다. 문장의 주요요소가 빠진 점은 없는지, 정보가 불필요하게 반복되지는 않는지, 두 문장으로 나누어야 할지 아니면 한 문장으로 합쳐야 할지, 문장 간의 흐름은 자연스러운지, 문단의 시작부터 끝까지 논리 전개에 부족은 없는지, 글 속으로 의도가 없이 흘러들어간 군더더기는 없는지.


  이렇게 글을 적어도 큰 확률로 맹아리가 없는 글이 나온다(마치 이 글처럼...). 많은 글을 타인에게 읽혀보고 첨삭도 계속 받아야 단단하고 결기 있는 글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면 행간에서 부드러움과 강함, 독창성과 안정성 작가의 인격이 묻어나온다. 내 글의 독자들은 나에게서 어떤 인격을 묻혀갈까. 인격은 속이지 못하되 문장만큼은 깔끔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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