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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an KIM Jun 13. 2017

[ESC] (7) 어휘력과 독서

 글에 맹아리가 있었으면


이제 조금씩 일이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루틴이 몸에 붙었다 뿐이지, 실력은 일천하다. 문장을 피드백 받는 것보다는 그저 꾸역꾸역 뱉어내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내가 작성하는 서면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고민하게 된다. 글에 맹아리가 있었으면 하여 밑줄과 강조를 넣지만, 그래도 어딘가 허전하다.


결국 어휘력 문제가 아닐까


결국 어휘력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시민의 문장을 보자.


“역사가도 각자 나름의 개성과 취향이 있고 서로 다른 욕망과 감정에 끌리며 저마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개성과 취향, 욕망과 감정, 가치관과 세계관을 지닌다는 의미를 한 문장에 잘 담아냈다. 각 어휘 사이에 묘한 긴장관계가 있으나, 거칠게 보면 개성, 취향, 욕망, 감정은 ‘개인의 개별적 특수성’을 나타내는 어휘이고, 그만큼 개개인이 저마다 가지는 특수한 가치관과 세계관이 역사 서술에도 반영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나는 주장의 핵심을 거칠게나마 요약하는 요령은 익혀왔으나, 내 주장의 핵심을 화려한 어휘로 그러나 간단한 문장에 풀어내는 실력은 아직까지도 미숙하다.


쓸만한 어휘는 어디서 올까 : 여러 번 읽은 텍스트


쓸만한 어휘는 어디서 올까. 어휘는 내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밖에서 들어온다. 밖은 어디인가. 다른 사람이 쓴 텍스트가 되시겠다. 다른 사람이 쓴 텍스트는 내 속으로 어떻게 들어오나. 반복을 통해 들어온다.


마치, 여러 번 돌아다녀야 동네 지리가 머릿속에 서서히 잡히듯 복잡한 텍스트는 여러 번을 읽어야 서서히 머릿속에서 하나의 구조물로 자리잡는다. 갑자기 리어카가 필요할 때 동네 한 구석 리어카가 불현 떠오르듯, 복잡한 텍스트를 여러 번 읽으면 그 텍스트 속의 어휘를 문득 내뱉지 않을까. (희망사항이지만)


글쓰기는 끝이 없고, 지름신도 끝이 없다

어떻게 오늘은 일찍 퇴근하게 되어 그동안 묵은 때처럼 쌓아왔던 글쓰기 고민을 적어본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묵은 때를 불리기만 하고 깨끗이 밀어내지는 못한 찝찝함이 남아돈다. 그만큼 글쓰기는 끝이 없고, 나도 참 부족하다.


결국 어휘력이 부족하다느니, 글쓰기는 끝이 없다느니, 나도 참 부족한 인간이라느니, 퇴근은 했지만 일감은 당연히 줄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느니, 위 각 핑계를 대면서 오늘도 리디북스에서 책 한 권을 결제했다. 앞서 인용한 문장의 출처이자 설도환 형의 추천착,“나의 한국 현대사”. 꾸역꾸역 읽어야겠다. 글쓰기는 끝이 없고, 지름신도 끝이 없다. (책을 지른 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적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명언을 되새기며 오랜만에 쓴 글을 마무리한다.

소설가 김영하 : “읽을 책을 사는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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