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도서와 영화를 감상하고, 함께 생각을 나눌 멤버를 찾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는 신용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파산을 방조하는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유령이 되어버린 여성이 삶을 갱신하고자 신분을 위장하다 위장된 삶에 다시 발목이 잡히고 끝내 괴물이 되어버린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다룬 미스터리 추리물이다. 이는 단지 일본 내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신용 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문제이기도 한데, 변영주 감독의 <화차>는 이에 대한 서술을 간결하게 다듬고 미스터리 추리물이라는 장르적 밀도를 높이는데 각색을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캐릭터 설정과 관계에 작은 변주를 가하지만 전반적으로 원작도 살고, 영화도 사는 인상이다. 자욱한 미스터리의 지배력이 느껴지는 가운데, 결말부에 다다라 보다 강도 높은 서스펜스의 정곡을 찔러 넣고 끝내 페이소스의 잔해를 드러낸다. 과감한 각색과 심도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끔찍하고, 처참하며, 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