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역마살은 언제 끝나려나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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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슬픔이 눈이 되어 내리던
춥던 그 겨울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모질게 내리는 눈발 아래에서
어미는 겨울내내
내리는 눈발처럼, 흐르는 눈물처럼
서리내린 도라지를 까지만
아비는 이 겨울에
어디에 가 있는지 편지 한 장 없다
한 장의 편지를
애타게 기다리지만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만이
어미의 메마른 가슴을 펄럭거리게 한다
어미도 아비도 먹고 살기 위해
그 해 겨울내내 발버둥치지만
삶의 고난은 끝이 없다
어미가 하루 종일 작업을 한 도라지는
밤새도록 면도칼에
우리들 가슴처럼 쪼개져 내려
얼음보다 차가운 물아래로 잠수한다
그러다 새벽에
상처 받았지만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 삶처럼
다시 일어서
순백의 삶으로 살아난다
어미는 눈 내린 새벽길을 위태롭게 걸어
무거워진 도라지를 머리에 이고
먼 길을 걸어
새벽시장으로 간다
아픔과 행복
절망과 희망을 머리에 이고
고난의 시대를 겨울나무처럼 버티는
가난한 가족(家族)의 생계를
눈발 아래에서도
살아 있는 겨울나무처럼 버티는
어미는
이 겨울에 바란다
눈 내린 겨울길을 걸어가는 만큼
겨울바람에 펄럭이는 그 질긴 가슴으로
아비여
아비여
아비의 역마살은 언제 끝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