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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26. 2018

어머니의 가계

어머니의 가계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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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여명에 납덩이보다 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매일 가족들을 위해 부엌에서

새벽밥을 짓던 어미


어미는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시장입구에서 노점을 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시장으로 나가던 어미


살기 위해, 한 가족이 살기 위해 

시장 한 귀퉁이에서

노점을 하던 어미가

오늘 단속경찰에 의해 경찰서에 끌려갔다


솟구쳐 오르는 삶의 비린내 물씬 풍기는 

어미의 피의 수액,

어두운 다락방에도 어미의 냄새가 머문다

가족들은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늘밤 어미는

빙벽 같은 담벼락 밑에서 쪼그리고

새우잠을 잔다


간혹

흉몽에 깜작깜작 놀라 잠을 깨기도 한다

지금까지 세상사에 시달린 육체는

오늘 더욱 더 시달리고

고단한 이마에 고난의 십자가가 매달린다


날이 새고 다음날

즉심에 넘겨진 어미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며칠 동안의 노동은 벌금으로 사라지고 경찰서를 나와 

다시 시장의 한 귀퉁이 도로변으로 향한다


이틀을 공친 어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큰 아들 등록금을 위해

사라져가는 행인들 사이에서

밤늦게 까지

서툰 장사를 한다


집으로 돌아온 

온갖 병으로 찌들은 어미 얼굴에는

가족들을 위해 헛웃음이 돌고 돈다


폭설의 저녁

한층 더 현기증이 심해지고

우리 가족은 절망 속에서도 

화사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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