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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26. 2018

보아라, 열린 눈으로

보아라, 열린 눈으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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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원에서

그대는 보이는 것들에만 눈이 어두워져

보이는 것들만 보는 

그대는

보지 못 하리


제비꽃, 도라지, 억새들…

그대가 보기에 

다 얼어 죽은 것 같지만 살아 있네


지상의 부분은 얼어 죽었지만

땅 속 생명의 눈은

희망으로 살아 있네


어둠속에서 

어둠을 이길 수 있는 빛을 배우고

고독 속에서 

기다릴 수 있는 인내를 알고

고통 속에서 

세상을 창조하는 노동을 하며

억압 속에서 

굴복하지 않고 봄날을 기다리며 살아 있네


끝내

이 설원에서 겨울을 부둥켜안으며

뜨겁게 살아 있네


그 날에

한 송이 풀꽃 피우기 위해

얼어붙은 땅 속

생명의 눈은

이 설원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있구나


이 설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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