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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26. 2018

폭설주의보

폭설주의보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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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허기진 폭설, 

가슴마다 폭설주의보를 껴안으며 무너지던 

그 아픈 겨울의 끄트머리


가슴속에 품은 꿈마다

무너져 내린 폭설의 밤,

이 밤이 지나가면

알게 되리라


이 밤

쓰러져 눕던 눈발들의 진실을

쓰러져 눕던 사람들의 진실을

 

단절의 시간 허물어진 우리네는

절망에 갇혀 끝이 어딘지도 모를 

어둠속으로 침전하며

쓰러져 눕는다


자정 

가난한 가슴에서 서른 해의 계단을 딛고

발을 디딘 곳은

얼어붙은 설원


가라앉아라, 어둠속으로

이상기상의 이 설원에서

어둠에 못 이겨 내 아픈 살이 터질 때까지

이 빙하기의 자정, 

살아남아야 한다 


이 설원에서

쓰러져 눕던 것들의 일어섬을 꿈꾼다

자정을 지나 

더 깊은 어둠속으로 침전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폭설 퍼붓는 폭설주의보 내린 

이 결빙의 설원에서


자기만을 위해 굴속에 틀어박힌 

고슴도치가 되지 말고

이 자정에서 새벽까지의 

허기진 폭설 속에서도

늘 새벽의 연대를 꿈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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